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록음악은 비주류로 치부됐던 것이 사실이다. 이름이 어느정도 알려진 중견 록가수들의 경우에도 최근에는 앨범 한장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다.
요즘은 미디엄템포의 R&B풍 발라드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이런 가요계시장에 당당히 록음악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외치는 신예 록밴드가 탄생했다. 그 이름은 바로 앰프.
신인은 분명 신인인데 얼굴을 보아하니 결코 낯설지가 않다. 앰프에서 키보드를 맡고 있는 멤버가 바로 1996년 ‘책임져’라는 댄스곡으로 가요계를 강타했던 언타이틀 출신의 유건형이기 때문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외적으로 거의 변함없는 앳된 얼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건형은 이번 앰프의 앨범 전곡을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모두 혼자 해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뿐만 아니다. 다른 멤버 오영상, KB, 김좌영도 탄탄한 팀에서 실력을 쌓은 중고신인이다. 기타리스트 오영상은 크래쉬와 김사랑 밴드 출신이며 보컬을 맡고 있는 KB는 블랙신드롬이라는 팀에서 활동했고 선배가수 시나위의 공연 때 보컬로도 참여한 경험이 있다. 또한 김좌영은 시베리안 허스키에서 베이스기타를 맡아 활동했다.
앰프는 뚜렷한 개성을 지닌 4명의 남자들이 모인 록그룹답게 정식 앨범을 발표하기 전부터 “우리나라의 표절 심의를 부활해야한다”는 당돌한 주장을 펼치기도 해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록은 시끄럽고 난해한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대중적이면서 세련된 스타일의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앰프를 만나봤다.
다음은 앰프와 일문일답.
-언타이틀 출신 유건형이라는 선입견이 부담되지 않는가.
▲(유건형) 1999년 언타이틀이 해체하게 된 이유는 댄스음악에 대한 한계 때문이었다. 5개의 앨범을 모두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맡아 하면서 댄스음악에 대한 회의를 많이 느꼈다. 그 당시 밴드 음악을 계속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터라 해체 후 밴드음악만 수백곡을 만들었다. 이번 앨범은 그 많은 곡들 중 고르고 골라 완성된 앨범이다. 선입견을 벗고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댄스음악에 대한 미련은 없는가.
▲(유건형) 댄스나 힙합 장르의 음악은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많이 써서 줬다. 이제는 내가 직접 댄스음악을 하는 것보다는 내가 만들어준 곡을 좀더 잘하시는 분들이 부르는 것이 더 좋다.
-유건형이 만든 곡을 처음 접했을 때 멤버들의 느낌.
▲(KB) 갖고 싶었던 물건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랄까. 듣자마자 필(feel)이 왔다.
(오영상) 대중적이고 세련된 멜로디라인과 강한 기타사운드가 마음에 와 닿았다.
(김좌영) 팀을 이뤄 꼭 함께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틀곡 ‘어쩌다 가끔씩’ 소개.
▲(유건형) 음악적으로 여리고 슬픈 감성의 멜로디이기 때문에 어쩌면 흔하게 들릴 수도 있는 록발라드인데 세련된 편곡으로 멋지게 포장하려고 노력했다. 영국의 분위기가 나는 피아노 톤과 기타 선율 위에 멋진 오케스트라 선율을 가미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가사는 최대한 가슴 아픈 이별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이번 앨범의 가사는 거의 대부분이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하거나 또는 솔직한 심정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것들이다.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에 KB가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했는데.
▲(KB) 영화를 매우 좋아해서 거의 매일 밤 DVD를 보다 잠 들 정도이다. 이번에 처음 연기에 도전해봤는데 미숙해서 안타깝긴 하지만 카메라 앵글 안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연기겸업 가수들에 대한 생각은. 또 연기해 볼 의향은 있나.
▲(KB) 전혀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의식만 갖추고 있다면 무슨 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연기 쪽으로 나갈 생각은 없고 지금은 음악에만 충실하고 싶다.
(김좌영)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무조건 한 우물만 파야한다는 입장이다. 재능이 정말 탁월하다면 모르겠지만 요즘 흐름에 맞춰 무조건 따라가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유건형) 난 연기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다만 영화음악 쪽을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예전에 KBS 드라마 ‘학교’의 O.S.T에 참여한 적이 있긴 하지만 영화음악은 해본 적이 없다. 일본의 유명 뮤지션인 류이치 사카모토를 정말 좋아한다. 나이 들어서 그 분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앰프가 음악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유건형) 앰프의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유념했던 것은 항상 새로운 문화코드를 제시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통 새롭다고 하면 처음 들어보는 제 3세계 나라의 멜로디를 차용했다든가 또는 새로운 편곡기법을 사용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가장 대중적인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비틀즈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쉽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멜로디와 가사를 밴드음악으로 표현해보자 노력했다. 편곡에 있어서는 사운드의 힘을 많이 싣고 소리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썼다. 보통 컴퓨터 음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우리는 탬버린이나 실로폰처럼 작은 악기들까지 모두 직접 연주했다. 쉽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멜로디와 가사에 세련된 사운드를 추구하려 노력했고 대신 전체적인 색깔이나 분위기는 영국적인 느낌이 나도록 노력했다.
-프로듀서로서의 유건형과 같은 팀 멤버로서의 유건형의 모습이 다를 것 같은데.
▲(오영상) 물론 다르다. 그렇지만 동료처럼,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 같이 놀 때는 재밌게 놀고 일할 때는 조언도 해주며 배우려고 하는 편이다.
-개개인의 성격은 어떠한가.
▲(유건형) 나는 전형적인 B형 스타일이고 고집도 센 편이다.
(KB) A형이라서 그런지 생각도 많고 상처도 잘 받는다.
(오영상) O형이라 무난하게 잘 생활하는 편이다(웃음).
(김좌영) 전형적인 A형 스타일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재미있는 성격이다. 차분한 편이라 팀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잘 정리한다.
-유건형 씨가 최근 싸이의 월드컵 응원가를 작곡했던데.
▲(유건형) 싸이 씨의 월드컵 응원가 ‘We Are The One'은 원래 우리 앰프의 노래였다. 3,4년 전쯤 만든 곡인데 싸이 씨가 이 곡을 듣다가 마음에 든다며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원래 싸이 씨의 '아버지’라는 곡도 앰프의 곡이었다. 두곡 모두 작곡만 내가 하고 작사는 싸이 씨가 했다. 우리의 음악적인 색깔과 싸이의 도발적인 생각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아 참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표절심의를 부활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는데.
▲(유건형) 우리는 이번 앰프의 앨범을 만들면서 한곡한곡 정말 공들여서 작업했고 작은 소리 하나까지 신경 써서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쉽게 다른 사람의 곡을 베낀다고 생각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케이비) 벤치마킹은 경영기법이지 예술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록음악이 언제부터인가 비주류로 전락했다.
▲(케이비) 안타깝다. 하지만 우리가 다시 일으켜 세우면 된다(웃음).
(유건형) 음악적으로 선진국들을 보면 그 뿌리는 언제나 밴드음악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유독 부흥이 안 되고 있다. 록음악이라고 하면 시끄럽고 난해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우리 음악을 통해 그러한 선입견 바꿔드리고 싶다. 앞으로 감각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나가면 대중음악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영상)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열심히 만들어서 내놓으면 가요계가 큰 시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좌영) 요즘은 음악 외적인 부분에 치중이 많이 돼있는 것 같다. 본질적인 것에 충실히 하다보면 기본기가 탄탄한 음악적 장르가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
▲(유건형)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방송 활동에 들어갈 생각이다. 그리고 월드컵 시즌이 지나 여름 때쯤에는 ‘젊은 날에’나 ‘Tonight's The Night'과 같은 좀 더 신나는 노래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늦여름이나 초가을쯤에는 콘서트를 열어 우리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팬들을 무료로 초청해 작은 콘서트를 열고 싶은 소망이 있다.
글=hellow0827@osen.co.kr
시계방향으로 유건형, KB, 김좌영, 오영상/ 박영태 기자 ds3fan@osen.co.kr
그룹명: 앰프 (Amp)
데뷔: 2006년 3월 1집 앨범 'Ampli-Fi'
특이사항: 언타이틀의 전 멤버 유건형 소속
멤버: 유건형 (키보드), KB (보컬), 오영상 (기타), 김좌영 (베이스기타)
경력: 유건형(언타이틀 출신), KB(블랙신드롬 출신, 시나위 공연 보컬 참여),
오영상(크래쉬, 김사랑밴드 출신), 김좌영(시베리안 허스키 출신)
대표곡 : 허수아비, 어쩌다 가끔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