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무덤'인 쿠어스필드, 한국투수는 '기회의 땅'
OSEN 기자
발행 2006.04.21 11: 41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 필드'는 타자들에게는 천국으로 투수들에게는 무덤으로 유명하다. 해발 1600m지점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는 탓에 공기가 희박해 타구의 비거리가 다른 곳보다 길다. 때문에 다른 구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던 특급 투수들도 쿠어스 필드에 오면 죽을 쑤기 일쑤이다. 대표적인 선수로 마이크 햄턴(애틀랜타) 등이 있다.
하지만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 필드가 한국인 빅리거 투수들에게는 예외가 되고 있다. 지난 해 콜로라도에 나란히 새둥지를 튼 김병현(27)과 김선우(29)가 쿠어스 필드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올해는 한국인 빅리거들의 '맏형'인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쿠어스 필드에서 시즌 첫 승을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박찬호는 지난 20일 시즌 2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콜로라도전서 7이닝 4실점(3자책점)으로 승리 투수가 돼 '붙박이 선발'을 굳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처럼 한국인 빅리거 투수들에게는 쿠어스 필드가 '무덤'이 아닌 '천국'이 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해 쿠어스 필드에서 재기에 성공했던 김병현과 김선우는 올 시즌 아직 쿠어스 필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둘다 부상자 명단(DL)에 오르는 바람에 아직 실력발휘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김병현과 김선우에게 쿠어스 필드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작년 시즌 개막직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콜로라도로 전격 트레이드된후 불펜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기면서 선발로 전환한 후 호투, 쿠어스 필드를 제2의 고향으로 만들었다. 김병현은 지난 시즌 홈구장 쿠어스필드에서 방어율 4.50을 기록, 지난 1993년 팀 창단 후 콜로라도를 거쳐간 선발급 투수 가운데 홈 방어율 역대 4위에 올랐다.
규정이닝(162이닝)의 절반인 81이닝 이상을 쿠어스필드에서 던진 콜로라도 투수 가운데 홈 방어율 1위는 지난 2002년 데니스 스탁의 3.21(84이닝 투구)이었다. 2위는 올 시즌 중반 오클랜드로 이적한 조 케네디가 지난해 작성한 3.59(82⅔이닝). 올 시즌 84이닝을 던져 4.50을 기록한 김병현은 1993년 아르만도 레이노소(4.36, 88⅔이닝 투구)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작년 8월초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방출된 후 콜로라도에 새둥지를 튼 김선우도 선발 투수로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던 무대가 쿠어스 필드였다. 절친한 후배인 김병현과 함께 하면서 재기를 모색한 김선우는 특히 9월 25일 샌프란시스코전서 완봉승(9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며 '쿠어스 필드가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것을 무색케 했다.
김선우의 완봉승은 콜로라도 역사에 남을 만한 사건이었다. 콜로라도가 1995년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쓰기 시작한 이래 11년간 '투수들의 무덤'에서 완봉승을 따낸 투수는 김선우가 12번째에 불과했다. 1995년 6월 17일 애틀랜타 톰 글래빈이 6피안타 무실점으로 쿠어스필드 개장 완투승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원정 팀이 7번, 콜로라도는 5차례 완봉승을 기록했다. 또 김선우의 3피안타 완봉승은 지난 2002년 급사한 대릴 카일이 98년 기록한 2피안타 완투승에 이어 팀 2위 기록에 해당한다. 카일은 98년 9월 11일 플로리다 말린스와 홈 경기에서 2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콜로라도 투수로는 쿠어스필드 최소 피안타 완투승을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인 빅리거 투수들과는 좋은 인연이 되고 있는 쿠어스 필드에서 박찬호에 이어 '양김씨'가 하루빨리 복귀해 다시 한 번 빛나는 호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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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쿠어스 필드에서 성공시대를 열었던 김선우(왼쪽)와 김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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