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LG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예리한 경기 분석으로 유명하다. 그날 경기서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제대로 짚어내면서 장단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렇게 '깐깐한 남자'였던 이 감독이 '부드러운 남자'로 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패배 후에는 선수들을 질타하는 발언이 간혹 나오기도 했지만 올해는 그렇지가 않다. 패배 후 다음날 기자들과 농담으로 '동네야구 수준이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공식 인터뷰에서는 선수단을 질타하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뼈아픈 패배 후에도 이 감독은 선수단을 '칭찬'하며 다음 경기를 기약하고 있다. 지난 21일 KIA전서 9회 역전을 허용해 패한 후에도 이 감독은 "비록 졌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따라붙으려는 정신 자세는 높이 살 만하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LG는 올 시즌 상승세를 탈 만하면 경기 종반 역전패를 당하며 발목이 잡혔다. 마무리로 점찍은 외국인 투수 아이바가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는 바람에 '집단 마무리 체제'로 버티고는 있지만 힘이 달려 막판 역전패 내지는 연장전 패배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화끈한 공격력도 나오지 않고 있다. 수비에서도 실수의 연속이다. 이렇듯 공수 양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감독이지만 '선수단의 끈기'를 유도하며 난국을 헤쳐나가고 있다.
LG는 지난 주말 부산 원정 롯데전 마지막 경기였던 16일 9회 이대호에게 역전 투런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데 이어 이번 주초 첫 경기였던 18일 SK전서 연장 12회 혈투 끝에 끝내기 볼넷을 내주며 무릎을 꿇은 아픔을 겪었다. 대개 팀들이 아깝게 연패를 패배를 당한 후에는 후유증으로 '연패의 수렁'에 빠지게 마련인데 LG는 곧바로 일어섰다. 19일 경기부터 선두 SK에 2연승을 거두며 되살아났다.
사령탑인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이 이전 패배를 곧바로 잊고 다시 뭉쳐 힘을 내고 있다. 전체 전력은 정상이 아니지만 선수단 전체가 '끈끈함'으로 뭉치며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끈끈함의 밑바탕에는 이 감독의 '기살리기'가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올해가 계약 만료해로 조바심을 낼 만도 하지만 이 감독은 정상 전력이 아닌 가운데서도 5할 안팎의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단을 칭찬하며 기살리기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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