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거울 앞 특훈' 주효
OSEN 기자
발행 2006.04.22 10: 52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도쿄돔 1루측 덕아웃 뒤에는 간이 훈련장이 있다. 이 곳 한쪽 벽면에 대형 거울이 달려 있다. 그 곳에서 투수나 타자들은 자신의 폼을 직접 눈여겨 보면서 잘못된 점을 고치거나 리듬을 되찾는 데 활용한다.
지난 21일 한신 타이거스전에서 연장 11회말 극적인 역전 끝내기 2점홈런을 날렸던 이승엽(30)은 경기 전 ‘거울 앞에서’10여 분간 특별 타격훈련을 했다.
최근 타격 부진으로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던 이승엽은 이날 ‘거울 연습실’에서 우치다 준조(59) 요미우리 타격코치의 직접 지도를 받았다. 우치다 코치는 “자신의 리듬으로 백스윙을 똑똑히 해봐라. 지나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해봐라”고 조언했다.
이승엽은 올해 들어 무게와 생김새가 다른 3가지 방망이를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이승엽이 제일 맘에 들어했던 것은 동료 포수 아베와 같은 모델의 배트. 공교롭게도 지난 9일 나고야 돔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전에서 그 배트 두 자루가 부러져버렸다.
급히 방망이 제조업체에 주문했지만 일단 손쉽게 구한 것은 아베 배트보다 30g 무겁고 그립 부분이 약간 두터운 930g짜리였다(이승엽은 배트의 헤드 부분은 표준에 비해 굵고 그립 부분은 가는 형태의 배트를 선호한다. 이런 배트는 사용하는 선수가 극히 제한돼 있고 제조방법도 어려워 갑자기 새 배트가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곤 한다). 막상 방망이를 잡고보니 감촉이 좋아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리고 그 방망이로 일을 냈다.
16일 요코하마전 5회부터 15타석 무안타. 일본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인 요미우리의 4번타자 중책을 맡은 이래 이처럼 중압감에 시달린 적도 없었을 것이다. 한신-교징(巨人)전은 일본 프로야구판에서 전통적인 라이벌전. 이날은 요미우리가 올해 한신과 첫 맞겨룸을 갖는 날인 데다 작년 시즌 막판부터 6연패에 빠져 있던 터라 반드시 설욕해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경기는 마음 먹은 대로 흐르지 않았다. 4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나 고개를 들지못했던 이승엽은 연장 11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면서 내심 다짐했다. “구보타의 원바운드성 유인구에 속지말자”고.
우완 구보타 도모유키(25)는 2005시즌 27세이브를 올리며 구단 타이기록을 세워 한신의 새로운 수호신 소리를 듣고 있는 유망주. 1사 후 안타로 나간 스즈키를 1루에 두고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구보타의 제 5구째 높은 직구에 이승엽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그리고는 그것으로 상황은 끝. 2001년 이후 5년만에 한신과의 시즌 첫 경기 승리를 알리는 기사회생의 일타이자 5연패의 고리를 끊는 회심의 한방이었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경기 후 “정말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순간의 승부였다. 이승엽이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것이다. 이승엽으로서도 팀으로서도 (의미가) 큰 경기였다”면서“(타격에)오르내림이 있게 마련이지만 '우리 팀의 4번타자'라는 자신을 갖고 내보낼 것이다”고 신뢰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야구할 때부터 (한신-교징전은) 전통의 일전이라고 알고 있었다. 시즌 첫 대결에서 결과를 내 기쁘다”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후련하게 씻어낸 한 방으로 요미우리 4번타자로서 입지도 흔들림이 없게 됐다.
이승엽은 롯데 마린스 소속이던 지난해 한신을 상대로 인터리그서는 단 1안타에 그쳤으나 일본시리즈서 만나서는 타율 5할4푼5리, 3홈런으로 맹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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