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 임신은 만병통치약
OSEN 기자
발행 2006.04.23 08: 54

SBS TV 주말극장 ‘하늘이시여’(임성한 극본, 이영희 연출)가 자경의 임신으로 드라마 속 깊이 뿌리 박힌 혈연주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자경의 임신이 드라마의 흐름을 어느 정도 바꿀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자경이 집안에서 극복해야 하는 두 갈등인물, 즉 왕모의 할머니인 왕마리아와 시누인 슬아와의 관계가 어떻게든 전환점을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강도가 좀 세다. 임신이라는 사실 하나가 던져주는 갈등해소의 에너지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22일 방송분에서 자경의 임신 소식을 들은 왕마리아는 손부의 뺨에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혈통을 잉태한 손주며느리가 예뻐죽겠다는 듯 엉덩이를 토닥거리고 자애로운 미소를 띄었다. 손부의 조건이 못마땅해 살쾡이 눈빛을 쏘아대던 이전의 모습과는 너무나 판이한 태도다. 두 갈등인물 중 한 사람, 왕마리아와의 불편한 관계는 임신소식 하나로 봄볕에 눈 녹듯 사라졌다.
왕마리아의 돌변한 태도에서 작가는 결혼이라는 사회적인 제도보다는 임신이라는 생물학적 확인이 더 중요하다는 세계관을 보여줬다. 대개의 현실적인 갈등은 집안의 결혼 승낙을 전후로 끝이 난다. 처음에 결혼을 반대했더라도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하늘이시여’ 속의 왕마리아는 결혼식이 끝나고도 ‘꿋꿋이’ 갈등을 끌어가다가 자경의 임신으로 ‘피의 관계’를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가족으로 인정한다. 내 핏줄이냐 아니냐가 갈등을 만들고 풀어가는 가장 힘있는 기재가 되고 있다는 것을 왕마리아의 태도에서 알 수 있다.
왕마리아의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본 시청자들은 “냉철하고 까다로웠던 왕마리아도 혈통이 이어진다는 사실에 마냥 기쁨을 감출 줄 모르는 우리네 할머니였다”는 반응들이다. 증손주의 잉태를 기뻐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인정하지만 그 이전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다.
임신으로 갈등을 만들고 푸는 모습은 드라마에서 수시로 등장한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들 중에서도 그런 작품이 많다. KBS 1TV 일일드라마 ‘별난여자 별난남자’(이덕재 극본, 이덕건 박기호 연출)가 그렇고 KBS 2TV ‘소문난 칠공주’(문영남 극본, 배경수 연출)도 임신이 극 전개에 중요한 요소로 쓰이고 있다. ‘하늘이시여’의 이전 방영 분 중에서도 김청하(조연우 분)와 문옥(이민아 분)을 맺은 결정적인 계기는 임신이었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혈통주의에 의지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사려는 장치는 드라마 작가들이 흔히 빠질 수 있는 유혹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하늘이시여’는 혈통과 혈육이 극중 흐름의 너무 많은 것을 좌우한다.
100c@osen.co.kr
‘하늘이시여’의 윤정희-이태곤 커플. /SBS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