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동국(27)의 뜻하지 않은 무릎 부상에 이은 수술로 포항 스틸러스는 시즌 초반 위기를 맞을 만도 했지만 그를 이을 새 얼굴이 빛나고 있다.
고기구(26). 지난 시즌까지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다 올 시즌부터 포항의 적흑 유니폼을 입은 고기구는 이동국이 들것에 실려나간 바로 다음 경기부터 매 경기 골망을 흔들고 있다.
고기구는 지난 8일 부산 아이파크전을 시작으로 22일 경남 FC전까지 내리 3경기째 골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연일 골소식을 전하던 이동국의 부상 소식에 주름이 깊었던 포항도 고기구의 골행진에 탄력을 받아 중간순위 2위로 다시 뛰어올랐다.
187㎝ 82㎏의 당당한 체격을 가진 고기구는 시즌 초반 3경기를 결장했지만 네번째 경기였던 전남 드래곤스전에 후반 11분 최태욱의 바통을 이어받아 그라운드에 힘차게 뛰어들었고 곧바로 기회를 움켜잡았다.
포항이 1-2로 패색이 짙던 당시 후반 44분 고기구는 따바레즈가 올린 프리킥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헤딩으로 받아넣어 극적인 동점을 이끌었다. 바로 전 라운드에서 FC 서울에 패했던 포항으로선 자칫 2연패의 늪에 빠질 뻔한 위기를 고기구가 구해낸 것이다.
이에 고기구는 "동계 훈련에서 열심히 했는데 개막전부터 3경기에 나가지 못하니 조급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어요. 그런데 전남전에 투입이 됐는데 정말 운이 따랐는지 골을 넣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감독님도 계속 기용하더라구요"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팀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돼 처음에는 부담도 많았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여유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동국이 형이 다쳐서 구단이나 선수단이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생각했고 저 또한 큰 책임감이 주어져 힘들었었어요".
"하지만 '마음 편하게 먹고 하자'라고 생각하니까 잘 풀리더라구요. 노련미도 붙는 것 같고 어느 자리에 있으면 골을 넣을 수 있는지 감도 와요".
경남전 결승골로 포항의 2연승을 이끄는 한편 득점 3위권까지 치고 올라갔다. 신인 배기종과 함께 4골을 기록 중이다. 고기구의 위에는 우성용(8골)과 이동국(6골)만이 자리잡고 있다.
"득점왕 욕심은 없어요"라고 말을 아낀 고기구는 "개인적인 목표를 생각하기 보다는 팀이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전반기는 물건너갔지만 후반기 때 잘해서 통합우승을 시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어쩌면 선배 이동국의 부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잡게 됐지만 부상 소식에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고 오히려 그의 몫까지 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처음 팀에 와서는 (이)동국이 형이 대표팀 전훈에 가서 많이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동국이 형이 돌아와서는 제 자리를 내주게 됐구요. 근데 형이 '힘내, 기회는 반드시 올 거야'라고 말해주고 전술과 움직임에 대해 조언과 격려를 많이 해줬어요. 그 덕분에 안정도 찾고 골도 넣을 수 있었던 것 같구요".
"형은 정말 운이 없는 선수인 것 같아요. 월드컵 때마다 그렇게 되니...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인데... 동국이 형의 몫까지 다해서 올 시즌 우승 트로피를 따내고 싶어요. 트로피를 형에게 주고 싶습니다".
현재까지 K리그 최고의 득점력(10경기 19득점)을 자랑하고 있는 포항. 그 중심이 이동국에서 고기구로 옮겨가고 있다. 포항 화력의 중심으로 새로 태어난 고기구의 발끝에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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