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 송지영, “난 끼 없는 연예인”
OSEN 기자
발행 2006.04.24 08: 42

“나는 끼가 많지 않다.” 연기자 스스로가 하기 힘든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이가 있다. 여자 배우가 “나는 예쁘지 않다”고 하는 것만큼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끼가 없는 걸까. 이 연기자의 이름은 송지영(24)이다. 동덕여자대학교 모델과를 졸업했고 2001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웹자키상을 수상했다. 2003년 SBS TV 주말극장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는 박상원의 상대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 SBS 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월화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의 동료 강사로 나온다. 지난 18일 방송분에서 손예진이 의자 뒤에서 자고 있는 줄도 모르고 초밥을 몰래 먹다 들켜 어쩔 줄 몰라 하는 푼수 헬스강사가 바로 송지영이다. 눈에 띄는 CF도 있다. KT 텔레캅 TV 광고에서 임현식과 함께 등장한 ‘미녀 밤손님’이 송지영이다.
이렇게 굵직한 이력을 지닌 연기자가 스스로 “끼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슨 깊은 뜻이 숨어 있길래? ‘OSEN 싱싱스타’ 인터뷰에서 그 내막을 캐 보았다.
▲어느새 3년, 기나긴 공백기.
송지영이 마지막 드라마 작품을 한 것이 2003년 이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이 현재 출연 중인 ‘연애시대’이다. 그 사이에 3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눈에 띄는 활동이라고는 작년 8월 같은 기획사(멘토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박효준과 실험극 ‘허상’의 무대에 오른 것과 KBS 2TV ‘드라마시티-낙타씨의 행방불명’ 정도가 전부다.
이 기간에 뭔가 일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송지영은 이렇게 말한다. “나를 깨는 시간이 지나갔다”라고.
“‘흐르는 강물처럼’ 출연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이 찾아 왔다. 연기를 할까 말까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깊은 슬럼프가 나를 힘들게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흐르는 강물처럼’에서의 호평은 어떻게 된 걸까. “그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라는 대로만 했다”는 것이다.
▲"끼가 없으면 노력으로".
송지영의 방황은 1년 반을 갔다. 그리고 긴 방황의 끝 자락에서 마침내 연기자의 길을 다시 가기로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 시기가 2004년 말께다. 송지영은 현 소속사인 멘토엔터테인먼트에 적을 두고 연기 수업을 쌓아 갔다. 슬럼프를 불렀던 원인, 즉 “끼가 없다”는 딜레마를 극복할 방법도 찾았다. 바로 ‘노력’이라는 두 글자다.
사실 끼가 있고 없고는 일반인과 연예인의 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연예인들끼리의 상대적인 차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본업을 접어 두고 온갖 재주를 다 부리는 연예인을 보면 정말 다재다능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두고 앞으로 우리 연예계가 가야 할 길이라고 선뜻 말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탤런트는 스튜디오로, 가수는 공연장으로, 배우는 세트장으로 가기를 원하는 이들이 더 많다.
송지영은 연기를 연구하고 배우고 실천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연애시대’에 뛰어 들었다. 감우성 손예진의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가 중심이긴 하지만 송지영을 비롯한 조연들의 깨소금 연기가 드라마의 감칠 맛을 더해주고 있다.
▲느리지만 또렷한 말투.
송지영은 평소 말이 느리다. 아마도 “끼가 없다”고 생각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순간적으로 상대방을 쏘고 되받아 치는 말재주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는 어떤가. ‘얼짱’ ‘몸짱’ 남정네만 나타나면 정신을 못 차리는 푼수기 있는 헬스 강사, 송지영은 ‘속사포’이다. 한지승 감독이 “연기자로서 굉장한 장점이다”고 말 할 정도로 대사를 정신없이 쏘아댄다. 평소의 느릿한 말투는 어디 갔는지 흔적도 찾아 볼 수 없다.
평소의 송지영은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줄 안다. “캐릭터를 분석하고 모니터링을 하고 연기연습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극중 인물로 빠져 드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송지영이라는 자연인을 없애 버리고 극중 인물 속으로 빠져 든다면 배우로서는 제대로 된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지금은 ‘연애시대’의 윤희로만 기억해 주세요.
현재의 송지영은 ‘연애시대’에만 푹 빠져 있다. “연애시대의 윤희(극중 인물)로만 기억해 달라”고 또박또박 얘기한다. 도대체 ‘연애시대’의 매력이 뭐냐고 했더니 “감우성과 손예진의 굵은 연기 뒤에 숨은 디테일을 찾아 보는 재미”라고 했다. 좋은 배우들이 은근슬쩍 남기는 ‘숨은 그림 찾기’ 같은 요소들이 극을 보는 진짜 재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안다.
결과적으로 송지영의 “끼가 없다”는 말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슈퍼모델의 뛰어난 몸매와 스스로를 채찍질할 줄 아는 연기자의 자세, 드라마에서 180도 변신할 줄 아는 연기력, 여기서 더 바라면 만능 엔터테이너 아닌가? 만능 엔터테이너는 ‘연기자’ 송지영이 바라는 모습이 아닐 것 같다.
한가지 더, 송지영은 “춤에는 자신 있다”고 말한다. 기공체조 스노보드 수영 등 만능 스포츠맨인 송지영이 춤을 잘 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일이다. 이런 송지영의 춤 실력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송지영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프로필
생년월일: 1982년 9월 20일
키: 173cm
몸무게: 49kg
혈액형: O
형제: 1남 1녀
학교: 창덕여고-동덕여대 모델과
특기: 기공체조 스노보드 수영
데뷔: 2001년 SBS 슈퍼모델 웹자키상
작품: SBS ‘흐르는 강물처럼’ ‘연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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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슈퍼모델 출신의 송지영은 오히려 끼와 노력으로 똘똘 뭉친 연기자이다. /박영태 기자 ds3fa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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