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오래전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독자 유머란에 이런 글이 실린 적이 있다. ‘베스트 셀러의 기본 조건은 섹스와 의학, 그리고 상류 사회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소설을 써야할까?’ 답은 ‘채털레이 공주의 간장’ 이었다.
요즘 미국 출판계의 흥행 공식은 댄 브라운이 제시하고 있다. 로맨스 스릴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드니 셀든은 빛이 바랜지 오래다. 인류의 영원한 화두인 종교, 그것도 서양 세계의 근간인 기독교를 중심으로 빚어지는 살인, 음모, 반전 등을 실감나게 묘사한 브라운의 역사 추리소설이 대세로 떠올랐다. 아이들 얘기로는 ‘해리 포터’요, 어른들 얘기로는 ‘로버트 랭던(댄 브라운 대표작 ’다빈치 코드‘ 주인공)’이 날개 돋힌 듯 팔리는 세상이다.
소설 ‘다빈치 코드’는 2003년 초판이 발행된후 4,300만부가 팔려나갔다. 반응이 더뎠던 전편 ‘천사와 악마’도 뒤늦게 서점 진열대 앞열로 나오면서 댄 브라운은 돈방석에 앉았다. 인기는 돈을, 돈은 또다시 돈을 부른다. 양질의 시나리오에 굶주린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다빈치 코드’의 영화화를 위해 차떼기로 돈을 실어날랐다.
승자는 소니 픽처스. ‘파 앤드 어웨이’ ‘그린치’의 흥행 감독 론 하워드에게 연출을 맡겼고 캐스팅은 당연히 최상급으로 ‘포레스트 검프’ 톰 행크스에게 하버드 대학교수 자리를 의뢰했다.
초대형 베스트 셀러에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흥행 감독에 특급 스타. 그렇다면 영화는 어떻게 나왔을까.
제작사 소니는 철저한 비밀주의 홍보 방식을 택했다. 5월18일 전세계 동시 개봉전까지는 일체의 시사회를 열지않는다. 불법 다운로드로 영화의 비밀이 새나갈 시사회 입소문 방식보다는 차라리 개봉전까지 관객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켜 흥행을 노리는 전략이다.
세계 각국의 기독교 단체들이 ‘다빈치 코드’ 개봉 저지를 위한 소송이나 시위 등으로 끊임없이 관심을 몰아주는데다 원작의 표절시비 소송에서 계속 승소하는 호재까지 겹치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 칸느 국제영화제까지 한몫을 거들었다. 올해 59회를 맞는 칸느영화제는 개막작으로 ‘다빈치 코드’를 선택했다. 제작사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가 칸느에서 개막작으로 뽑힌 건 지난 61년 동안의 관례를 깨버린 사건이자 혁신적인 뉴스’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칸느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상영하려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SF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스타워즈 시리즈 ‘에피소드 3’가 개막작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불발에 그쳤던 전례가 있다. 콧대높은 조지 루카스조차 꺽지 못한 칸느의 고집을 꺾은 것이 ‘다빈치 코드’인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주요 일간지 'LA 타임스'는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했다. 칸느가 개최국 프랑스에서 영화의 상당 부분을 촬영한 ‘다빈치 코드’에게 호의를 베푼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물론 영화제 집행위원회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이를 일축했다. 그렇다고해서 맥도널드 햄버거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동급으로 취급했던 칸느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가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빈치 코드’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저명한 큐레이터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종교 스릴러. 예수의 삶과 부활이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속에 감춰져있다는 허구아닌 허구로 꾸준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칸느가 인정했던 아닌던간에 관객들이 이 영화를 심판할 날은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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