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속이 타 들어갈 법도 하다. 기가 막힌 호투를 펼치고도 승리가 날아가는 상황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답답할까.
두산 리오스(34)와 롯데 장원준(21)에게 물어보면 안다. 승리를 얻고도 남을 쾌투에도 불구하고 불운에 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잠실 경기는 이들의 불운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각각 6⅓이닝 무실점(리오스), 7이닝 1실점을 기록했지만 불펜의 방화 탓에 허망한 순간을 목격해야 했다. 양팀 구원투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들이 승리투수 요건을 확보하고 내려가자마자 불을 질렀다.
이들이 잘 던지고도 승리를 얻지 못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시즌 내내 선발투수의 몫을 넘어서 팀 승리의 발판을 완벽하게 깔아주고도 승리를 못챙겨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을 안타깝게 했다.
리오스는 지난 벌서 3번째다. 지난 13일 광주 기아전과 20일 잠실 현대전서 같은 경험을 했다. 기아전 당시 그는 7이닝 동안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하고도 팀 타선이 얼어붙은 탓에 패전의 멍에를 썼다. 1-2로 뒨진 상태에서 리오스가 내려가자 두산 불펜은 '불쇼'를 선보이며 8회말에만 대거 5실점, 경기를 날려버렸다.
미키 캘러웨이와 손에 땀을 쥐는 투수전을 펼친 현대전도 다르지 않다. 리오스는 8회까지 5피안타 1실점으로 쾌투를 선보이고 타선의 지원 부족으로 1-1 상태에서 투구를 마쳤다. 두산 불펜은 결국 연장 10회 결승점을 내줘 또 다시 팀 패배의 '주범'이 됐다.
장원준도 불운이라면 치를 떤다. 지난 14일 사직 LG전서 그는 8이닝 9탈삼진 2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4-1로 앞선 상황에서 9회 마무리 최대성이 불을 지르는 바람에 승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다.
25일 두산전에서도 불펜이 통 도와주질 않은 통에 아쉬움만 삭혀야 했다. 시즌 첫 등판서 승리를 챙긴 리오스와 달리 장원준은 아직 마수걸이 승리도 얻지 못했다.
각각 4경기에 등판한 이들은 방어율 0.95(리오스) 2.66(장원준). 감독의 기대에 100% 이상 부응하고 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이 번번히 이들을 외면하면서 승수는 두 선수를 합쳐 '1'에 불과하다.
승리 기록은 선발투수의 이름 앞뒤에 따라다니는 가장 각광 받는 통계수치다. 그러나 이들의 예에서 승리가 선발투수를 평가하는 가장 주요한 잣대는 아니라는 점을 일깨우게 된다. 동료들이 도와줘야 하는 승리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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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왼쪽)과 리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