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가' 김용달, "서튼 부진은 '과욕' 탓"'
OSEN 기자
발행 2006.04.26 19: 01

"너무 잘 하려다 부진에 빠졌다니까요".
지난해 홈런 타점왕을 차지한 서튼(36)은 자타가 공인하는 2005년 한국 최고 타자였다. 정교함과 파워 인내심을 고루 갖춘 그는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러나 한국무대 적응을 완전히 끝낸 올해 서튼은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14경기를 치른 26일 현재 타율(1할8푼4리)은 멘도사라인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홈런 2개 2루타 3개로 특유의 장타력만은 변함 없는 편.
서튼의 부진을 정확히 예언한 사람이 있었다. 국내 타격코치 중 최고의 이론가로 평가받는 김용달 현대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김 코치는 지난 2월 플로리다 전지훈련 때부터 서튼이 부진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
이유가 있었다. 서튼의 타격폼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오프시즌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와 함께 훈련을 한 서튼은 푸홀스의 폼을 따라 타격시 스탠딩 자세에서 방망이를 평소보다 높이 치들기 시작했다.
이 폼은 장타력을 증가시켜 타구의 비거리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안쪽으로 당겼을 경우 우측 타구의 비거리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그러나 왼손 타자의 우측을 제외한 타구는 제대로 맞지 않는 부작용도 있다. 극단적인 풀히터들이나 사용하는 폼이다.
타구 대부분을 결대로 쳐내 파워히터치곤 스프레이 타법을 구사하는 서튼이 굳이 이를 따라할 필요가 없다는 게 김 코치의 지적이다. "타격폼을 원래대로 바꾸라"며 성화를 부린 김 코치에 맞서 서튼은 고집을 부렸다. "네 나이에, 그것도 너 정도 실력에 굳이 타격폼을 수정할 이유가 없다"는 조언에 서튼은 "작년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제자의 고집에 못이긴 김 코치는 서튼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신 "시즌초 10경기만 지나면 잘못을 스스로 깨달을 것"이라는 협박성(?) 예언을 잊지 않았다.
정규 시즌이 시작되자 김 코치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했다. 방망이에 공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어쩌다 타구가 맞아도 당겨칠 때를 제외하면 힘이 실리지 않기 일쑤였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서튼은 지난 18∼20일 잠실 두산전부터 원래 폼으로의 환원을 시도했다. 타자가 타격폼을 수정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
그래서 그는 전날 수원 홈구장에서 김 코치의 일대일 지도를 받았다. 바뀐 타격폼을 비디오로 촬영해 지난해 한창 좋았을 때의 타격폼과 비교하는 시청각 교육도 병행했다.
그제서야 모든 문제점을 파악한 서튼은 이제 잃어버린 폼을 되찾는 데 분주하다. 하지만 워낙 타격 재질이 뛰어나고 성실한 선수여서 머지 않아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김 코치는 믿는다.
김 코치는 서튼이 가장 신뢰하는 '사부' 중 하나다. 그는 김 코치에 대해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미세한 부분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미국에서도 이런 코치는 보지 못했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더 잘 하려는 제자와 '과욕을 부리다가는 망친다'며 만류하는 스승. 이들의 '합심'이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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