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는 높은데 방망이가 짧은 팀이 승리하는 비결은 하나다. 투수가 점수를 주지 않고 타선은 승리에 필요한 최소점수를 얻는 것. 투타의 언밸런스로 고심하는 현대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이 것 밖에 없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야구다.
현대는 기어이 이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이겼다. 현대와 한화가 맞붙은 27일 수원구장. 5회까지 지루한 0의 행진이 이어졌다. 한화와 현대 모두 득점기회를 날렸다. 그러나 경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현대가 달콤한 승리를 맛봤다.
현대가 한화를 2-0으로 누르고 3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투수는 점수를 아예 안 주고, 타선은 더도 덜도 아닌 승리에 필요한 점수만 뽑았다. 그래서 현대에겐 더 짜릿했다.
현대 승리의 수훈갑은 단연 대졸 2년차 손승락(24)이다. 영남대 4년이던 지난 2004년 손승락은 대학야구 최고투수였다. 제구가 되는 140km 중반대의 직구에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는 주목받는 '거물'이었다. 지난해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쥔 삼성 오승환보다 한 수 위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청운의 꿈을 품고 프로에 입단한 지난해 그는 프로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26경기에 나서 5승 10패 방어율 5.43에 그치며 내심 노리던 신인왕 타이틀을 오승환에게 내줘야 했다. 잘 던질 때는 호투하다가도 난타당하면 좀처럼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패턴이 이어졌다.
하지만 1년간 경험을 쌓은 그는 올해 달라졌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등판한 3경기서 쾌투를 선보이며 현대 막강 선발진의 한 축을 든든히 받치고 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다. 무려 16살이나 많은 송진우와의 맞대결에서 전혀 꿀리지 않고 자기만의 공을 던졌다.
싱싱한 무브먼트로 무장한 최고구속 147km의 직구와 타자의 히팅존에서 날카롭게 휘는 슬라이더 위주로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연신 잡아냈다. 2, 4, 5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그는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1, 3회를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다.
손승락의 호투가 이어지자 현대 타선은 6회 드디어 침묵을 깼다. 선두 강귀태가 송진우의 137km짜리 낮은 직구를 힘껏 걷어올려 비거리 120m짜리 솔로홈런을 때려낸 것. 올시즌 현대가 기록한 7번째 홈런이다.
7회에는 오랜만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1점을 추가했다. 1사 뒤 김동수, 지석훈의 연속안타에 이은 채종국의 3루땅볼로 기회가 무산되는 듯했지만 2사 1,2루에서 이택근이 좌전 적시타로 2루주자 지석훈을 불러들이며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다.
리드를 잡은 현대는 8회 1사 뒤 새로운 '수호신'으로 부상한 박준수를 투입, 한화 타선을 잠재우고 시즌 3번째 완봉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날 7⅓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손승락은 시즌 2승과 함께 방어율 '0'을 유지했다.
한화 선발 송진우는 5회까지 관록이 묻어나는 투구로 투수전을 전개했지만 힘이 떨어진 6회 홈런을 허용하면서 마수걸이 승리에 실패했다. 시즌 2패째.
손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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