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수위타자할 때 4월에 2할5푼을 넘기지 못했다. 마음 편하게 해라".
1991년과 1992년 수위타자 출신인 LG 이정훈 타격코치는 지난 29일 잠실 현대전에 앞서 '간판타자' 이병규(32)에게 이처럼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 코치는 지난해 수위타자였으나 개막 첫 달인 4월 극심한 타격 침체에 빠져있다 최근 '확' 살아나고 있는 이병규에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며 수위타자 2연패 달성의 희망을 심어준 것이다.
지난주 첫 경기인 25일 대구 삼성전에서 2루타 포함 안타 2개를 친 것으로 시작으로 29일 현대전까지 5게임 중 4경기서 '멀티 히트'(2안타 이상)를 기록하며 가파른 타격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병규도 이코치의 경험담에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이병규는 이전까지는 그야말로 '다른 이병규'로 최악이었다. 25일 경기에 앞서 직전 6경기에서 25타수 1안타로 '안타 제조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잠자던 그의 방망이를 살린 것은 '빗맞은 안타 2개'였다. 25일 경기 전 이병규의 프리 배팅을 지켜보면서 이순철 LG 감독은 "이럴 때는 잘맞은 타구보다도 오히려 빗맞은 안타가 나와야 더 좋다"며 기대를 걸었는데 실전에서 말대로 됐다. 이병규는 이날 3회 두번째 타석서 빗맞았으나 코스가 좋았던 좌익선상 2루타를 친 데 이어 6회에도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를 때렸다.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오랫만에 손맛을 본 것이다.
이날의 '빗맞은 안타 2개'의 효과는 컸다. 다음날부터 방망이에 불을 붙이며 '빗맞은 안타'가 아닌 '정통으로 방망이 중심에 맞는 타구'들을 쏟아내며 '멀티 히트 행진'을 시작했다.
25일 '빗맞은 안타 2개'를 친 후 26일 경기 전 훈련 때 이순철 감독은 또다시 이병규의 프리 배팅을 지켜보면서 "자세가 확 달라졌다. 이전에는 타격시 중심이 오른발쪽으로 쏠리며 불안했으나 이제는 여유있게 왼발에 중심을 놓고 받아쳐 좋은 타구가 나온다"며 이병규의 '부활 조짐'을 반겼다.
기대대로 이병규는 24일까지 1할3푼이던 저조한 타율이 5게임을 더 치른 29일 현재 2할1푼3리로 올라가며 상위권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5경기서 시즌 첫 홈런 포함 21타수 9안타로 타율 4할2푼에 4타점 4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비로 경기가 연기된 지난 23일 분위기 전환을 위해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고 깔끔하게 면도까지 했던 이병규는 타격에 자신감을 회복하며 수위타자 2연패를 향해 힘찬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을 때부터 방망이가 부진해 오랫동안 마음고생이 컸던 이병규는 "매타석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는 이전의 '안타 제조기'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좌타자 이병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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