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최불암의 후계자는 누구?
OSEN 기자
발행 2006.05.01 08: 46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대한민국 ‘수사반장’은 최불암(65)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상하고 인정많은 동네 아저씨 스타일로 범죄자의 슬픈 사연 앞에서는 곧잘 눈물까지 훔치곤 했다. 최불암을 대한민국 대표 탤런트로 키워준 ‘수사반장’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18년여 880회 동안 MBC TV의 프라임 타임을 지켰다.
2000년 이후, 스크린 속 경찰상은 강력반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친부모를 살해하는 패륜아에서 아무 때나 사시미칼을 휘두르는 조폭을 상대하자니 강력계 형사들이 필요하기 때문. 이들을 통솔하는 강력반장으로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인물은 누굴까?
형사 역할로 최고출연횟수를 자랑하는 기주봉(50)과 굵직한 베이스 목소리의 강신일(45), 그리고 고집세 보이는 곱슬머리에 한쪽으로 치켜뜬 눈매가 날카로운 천호진(45)이 최불암의 후계자를 다투고 있다.
작지만 다부진 체격의 기주봉. “칼은 나눠먹으며 산다”며 부하 형사들을 다독거리던 ‘와일드 카드(2003)’의 강력계 김반장으로 강한 이미지를 심었다. 양동근 정진영은 그의 밑에서 퍽치기 연쇄 살인범을 좇으며 강력범죄를 다루는 형사 역할을 제대로 묘사했다. ‘명장 밑에 약졸은 없다’고 연극 무대에서 30년 잔뼈가 굵은 기주봉의 리얼한 연기가 받쳐준 덕분이다. 경찰 범죄물 가운데 수작으로 꼽히지만 아쉽게도 흥행에서는 묻히고 말았다.
1981년 ‘어둠의 자식들’에서 서울역 인근 양동 창녀촌의 기둥서방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시골서 올라온 순진한 아가씨들을 등쳐먹던 그가 20여년뒤 경찰 연기의 간판 배우로 변신했으니 아이러니다. ‘튜브’ ‘지구를 지켜라’ ‘라이어’ 등을 거쳐 최근작 ‘로망스’까지 기주봉은 숱한 영화에서 경찰서 강력반을 주름잡았다.
대학로 연우무대 출신의 강신일은 ‘공공의 적’(2002)에서 꼴통 형사 강철중(설경구)을 쥐락펴락하는 유일한 인물 엄반장으로 강력반에 입문했다. 압수한 마약을 마약 판매책에게 되팔 정도로 부패했던 강철중이 진정한 형사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올곧게 사는 형사의 모범을 엄반장이 보였다. 이 둘은 ‘공공의 적2’에서 역시 거대한 악에 맞서 소신을 굽히지않는 일선 검사와 부장 검사로 호흡을 맞췄다.
형사 출연 경력은 기주봉에 비해 일천하다. 고수 주연의 ‘썸’에 오반장으로 잠깐 얼굴을 비쳤고, ‘광복절 특사’에서는 교도소 김치국 보안과장으로 나왔다. 강력반장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냈던 그는 탈옥수 두명(설경구, 차승원)이 검거되면 자신의 목이 잘릴까봐 전전긍긍하는 복지부동형 보안과장 역에도 ‘딱’이었다.
연극 무대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기주봉, 강신일과 달리 천호진은 TV 드라마에서 일찍부터 주연급으로 자리를 굳힌 배우다. 뒤늦게 영화 속으로 뛰어든 그는 2004년 ‘범죄의 재구성’에서 하늘이 내려준 천직을 만났다. 천하의 사기꾼 김선생(백윤식) 일당을 압박하는 차반장으로 신들린 연기를 했다.
자살한 소설가 형으로 변장한 박신양에게 “나도 어릴 땐 시도 쓰고 문학청년이었는데. 햐! 반갑습니다”라고 구수한 사투리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정겹다. 자신이 출연했던 전원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흙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러나 “운전 단디하고~”를 강조하며 김선생을 추격할 때의 점퍼 차림 차반장은 영락없이 대한민국 강력계 형사 그 모습이다.
올해에만 정우성 전지현 주연의 ‘데이지’에서 장형사, 김수로의 ‘흡혈형사 나도열’에서 비열한 부패 형사 나도열을 감싸는 고참 강형사로 출연했다. 커다란 눈동자에 물기가 가득하다는 점에서 최불암을 가장 닮은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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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기주봉, 천호진, 강신일의 영화속 스틸. 가운데 사진은 ‘수사반장’ 최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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