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시켜야 강해진다'.
한국시리즈 4번 우승의 비결은 '경쟁을 통한 자극'도 무시할 수 없다.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52) 현대 감독은 요즘 경기장서 유격수쪽을 보고 있으면 얼굴에 빙그레 웃음이 돈다. 개막 때부터 '걱정거리'였던 유격수 포지션이었지만 이제는 기대주들의 각축장으로 변한 모습에 흐뭇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대주들이 '주전'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상승효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의 유격수는 고졸 2년차인 차화준(20)과 고졸 4년차인 지석훈(22)이 선발 라인업에 번갈아 기용되면서 '주전경쟁'을 펼치고 있다.
둘은 현대가 수 년 전부터 '주전 내야수'로 키우기 위해 스카우트한 고졸 기대주들이다. 차화준은 경주고 시절 팔꿈치 부상이 있는 것도 알면서도 공수에서 안정된 기량을 인정해 수술까지 곧바로 시키며 입단(계약금 1억 원)시켰다. 또 휘문고 출신인 지석훈도 내야수 세대 교체에 대비해 2003년 계약금 2억 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선발한 유망주 출신이다. 둘 모두 신인 2차지명에서 1순위로 현대가 뽑은 기대주들이었다.
올 시즌 출발은 둘 모두 산뜻하지는 못했다. 고졸 신인인 강정호(19)에게 밀려 2군과 백업멤버로 스타트를 끊어야 했다.
하지만 강정호가 잦은 실책과 타격 부진으로 프로 적응에 순탄치 못함을 보여주면서 이들은 기회를 잡았다. 먼저 김재박 감독의 현역 시절 배번인 7번을 2004시즌 후 삼성으로 이적한 박진만으로부터 물려받은 차화준이 강정호를 대신해 선발 유격수로 출장하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기 시작했고 지석훈도 최근 자주 출장하면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발휘하며 '눈도장'을 찍고 있다.
둘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현대는 '구멍'이었던 유격수는 물론 내야 전체 전력이 한층 안정됐다. 덕분에 팀 성적이 상승세를 타고 있음은 물론이다. 차화준은 깔끔한 수비력과 함께 타율 2할5푼6리를 마크하고 있고 지석훈은 4할1푼7리의 타율로 짭짤한 방망이 솜씨를 과시하고 있다. 지석훈은 4월 30일 LG전서 선발 유격수로 출장해 시즌 첫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둘의 경쟁을 지켜보고 있는 김재박 감독은 "지석훈의 수비 실력이 많이 늘었다. 유격수는 물론 다른 내야 포지션도 뛸 수 있는 실력"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다. 김 감독은 둘 모두 공수에서 쓸 만한 활약을 보이자 번갈아 기용하며 더욱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경쟁을 통한 자극'을 주는 것은 김 감독이 베테랑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는 '그만의 노하우'이다.
김 감독은 베테랑 스타라도 나태하며 실력이 떨어지면 가차없이 주전에서 빼며 후배 경쟁자를 기용하는 식으로 선수들에게 끊임없는 자극을 통한 실력향상을 주문하고 있다. 선수들이 '독기'를 품고 덤벼들게 만드는 것이다.
현대가 전문가들로부터 시즌 개막전 '약체'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고 개막 4연패라는 충격을 먹었음에도 현재 10승 9패로 상위권(공동 3위)을 지키고 있는 데는 김 감독의 '경쟁 유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sun@osen.co.kr
차화준(왼쪽)과 지석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