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강혜정, 멜로 살릴까
OSEN 기자
발행 2006.05.02 08: 33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멜로가 왜 안될까. 올 봄 극장가에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 영화들이 쓴 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조폭과 코미디 장르에 식상한 관객들이 2006년 멜로에 쏠릴 것이라던 충무로의 예상이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간 것이다.
상반기 한국 멜로 영화의 결정판으로 손꼽혔던 ‘도마뱀’도 개봉 첫주말 고전을 면치못했다. 4월28~30일 스크린 점유율에서 정통 누아르 ‘사생결단’(32.9%)과 휴먼 드라마 ‘맨발의 기봉이’(25.3%)에 밀리며 11.2%로 3위를 차지했다. 예상 밖의 일이다.
‘도마뱀’은 20대 남 녀 배우 가운데 연기, 흥행, 인기에서 톱을 달리는 조승우-강혜정 커플을 내세웠다. 지상 최고의 순수남 조강(조승우)과 그를 지키기 위해 도마뱀처럼 자신의 꼬리를 자르고 톡 톡 도망가는 아리(강혜정)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영화 끄트머리에서 신파조로 늘어지긴 했으나 깔끔한 진행과 기발한 대사로 수작 멜로를 뽑아냈다.
지난달 27일 한국영화 기대작 3편은 동시 개봉으로 힘겨루기를 했다. 자신들의 영화에 강한 믿음을 가졌기에 가능했고, 또 완전히 다른 장르의 영화들이라 어느 정도 제 몫 나누기가 가능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거친 욕설과 사실적인 마약 범죄 묘사, 짙은 농도의 섹스 신을 여과없이 내보낸 ‘사생결단’은 18세 관람가로 남성들이 열광할 범죄 누아르. 40살 정신지체 아들과 팔순 노모의 눈물겨운 모자 사랑을 그린 감동 실화 ‘맨발의 기봉이’는 지난해 ‘말아톤’ 돌풍을 이어갈 가족 영화. 이에 비해 순수 남녀의 슬픈 로맨스 ‘도마뱀’은 12세 관람가로 하이틴을 비롯해 20, 30대 커플 공략을 예상했다.
장르의 삼각 대결 양상에서 초반 기세는 ‘사생결단’이 잡았다. 5일 어린이날부터 황금 3일 연휴가 기다리는 이번 주말이 대세를 판가름할 고비다. 관객 선택의 폭이 넒은 ‘도마뱀’ ‘맨발의 기봉이’가 성인용 ‘사생결단’을 추격할 마지막 기회인 셈.
최근 멜로들이 전패를 당하는 상황이라 ‘도마뱀’이 더 긴장하고 있다. 올해 무너진 멜로가 한 두편이 아니기 때문. 이래 저래 힘든 세상살이 지친에 관객들이 스크린에서마저 슬픔을 맛보지않으려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의 초호화 출연진, ‘무간도’의 홍콩 류위강 감독이 나선 ‘데이지’도 전국 100만명을 턱걸이하는데 그쳤고, 조재현-김지수의 ‘로망스’, 설경구-송윤아의 ‘사랑을 놓치다’ 등이 소리 소문없이 간판을 내렸다.
‘멜로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이 무색하게 최지우가 신예 조한선과 함께 출연한 ‘연리지’도 한국 시장에서는 고배를 들었다. 최성국-양영희, 손홍주-진희경으로 알찬 조연 커플을 끼워넣었지만 남녀 주연이 모두 불치병으로 죽는 영화에 관객들은 눈물대신 냉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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