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의 세련된 복귀’ 바이브를 환영한다
OSEN 기자
발행 2006.05.02 09: 27

[OSEN=최영균 대중문화 가이드] 2002 한,일 월드컵 준비가 한창이던 2001년 6월과 2002년 2월, 향후 새로운 세기 대중가요의 향방을 결정할 두 그룹이 등장했다. 현재 가요의 대세가 된 미드 템포 R&B 발라드의 전형을 만든 브라운아이즈와 바이브가 그들이다.
이들은 단 번에 귀를 사로잡는 보이스 컬러, 폭발적인 가창력, 그리고 뮤직비디오만으로 활동하는 얼굴 없는 가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브라운아이즈는 단번에 수십 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며 가요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가수로 자리매김을 했다.
반면 바이브는 그저 관계자들로부터만 최고의 가수로 평가 받았을 뿐 어느 정도는 대중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소속사와의 이런저런 마찰과 이적으로 인해 제대로 홍보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꽃미남 가수와는 달리 고도의 홍보 테크닉이 요구되는 음악형 가수로서는 소속사가 전력을 다해도 될까말까한 판에 달리 답이 없었다.
바이브는 소속사 문제에다 외모 지상주의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지난달 29일 바이브는 MBC TV 가요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 모습을 드러냈다. 데뷔 초 잠깐 TV에 나온 뒤 4년 만의 가요 프로그램 출연이었다.
바이브가 데뷔 했을 때만 해도 가요계는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던 시절이었다. 당시 ‘평범한’ 외모의 멤버들이 TV에 나오자 이들의 음악적 가치는 증발해 버리고 외모에 대한 ‘부적절한’ 반응만 있어 이들은 방송을 떠나 버렸다.
작년 최고 히트곡인 sg워너비의 ‘살다가’를 만들기도 한 멤버 류재현은 이날 카메라 리허설 도중 잠시 진행이 중단되자 객석에 자리한 팬들에게 “못 생기지 않았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번 발표한 3집 앨범에서 '그 남자 그 여자'가 히트하고 음반 판매량이 정상을 달리는 상황이 됐지만 그간의 마음 고생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바이브의 성공은 단지 가요계의 외모 지상주의를 넘어섰다는데 있지 않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가요에서 사라진 신파를 부활시켰다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여기가 깔끔한 도시형 R&B 발라드를 구사하는 브라운아이즈와는 차별되는 지점이다.
신파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도 있었지만 한국의 보편적인 감성으로 한류의 근간이 되면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될 가치로 서서히 인식되고 있다. '겨울연가'도 '너는 내운명'도 모두 신파다.
사실 한국 가요의 주류는 신파였다. X세대라는 신인류가 등장한 1980년대 후반 이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문세-변진섭-신승훈-이승환으로 이어지는 발라드 장르는 가요의 주류였고 이 모두 세련된 신파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지독하고 운명적이고 고통이 죽음에 이르는 사랑은 가요계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미니홈피 배경음악과 벨소리로 음악을 소비해버리는 세대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직 신파에 대한 취향이 살아있는 20대 후반 이상의 음악팬들도 가요로부터 발길을 돌렸다.
바이브의 노래는 우아하고 세련된 신파다. 3집 서브타이틀곡인 ‘술이야’에서는 아직도 ‘너를 잃고 매일 술로’ 날들을 보내고 ‘그 남자 그 여자’에서는 ‘모든 걸 다주고 다 믿었던’ 상대가 떠난다.
이러한 가사는 R&B의 형식을 빌었지만 전형적인 한국 가요의 애틋한 멜로디 라인에 얹혀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감상자를 압도하는 보이스 컬러와 가창력도 이에 힘을 더한다. 신파이면서도 과거의 신파가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인 끈적임이나 구질구질함은 없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브 3집은 30, 40대들도 듣기 좋은 음반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신파를 거부하는 듯 하면서도 바이브의 음악은 좋아하는 현재 가요 시장의 주류 세대들과 나눌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음악이다.
세대를 한 데 묶을 수 있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극히 드문 가수 바이브. 이들이 이제는 TV와 공연장을 맘껏 오가며 좋은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들려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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