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바르셀로나!".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초롱이' 이영표(29)가 활약한 토튼햄-볼튼 간의 2005-200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7차전이 열린 토튼햄의 홈 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에 난 데 없이 이같은 응원문구가 등장했다. "아스날이 정말 싫다(We hate Arsenal!)"라는 플랜카드는 쉽사리 이해할 만하다. 토튼햄과 아스날이 북런던에 위치한 지역 라이벌로 앙숙 관계에 놓인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토튼햄 팬들이 왜 생뚱맞게 프리미어리그도 팀도 아닌 멀리 스페인에 있는 바르셀로나를 응원한 것일까? 이는 바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고 토튼햄이 아스날과 전쟁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유럽클럽축구의 최정상 팀들이 집합해 불꽃튀는 승부를 겨루는 무대가 UEFA 챔피언스리그다. 명예는 물론이거니와 어마어마한 돈 벼락이 쏟아지기 때문에 프로팀의 생리상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그런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서로 으르렁거리는 앙숙들이 숨막히는 레이스를 벌이게 됐으니 당사자들인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는 물론 열혈 서포터스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4위까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현재 4위는 토튼햄이고 5위는 아스날이다. 웨스트햄과의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는 토튼햄은 승점 65(18승11무8패), 두 경기를 앞둔 아스날은 승점 61(18승7무11패)로 양 팀의 간극은 '4'로 벌어져 있다. 토튼햄은 지난해 11월 5일 웨스트햄과의 시즌 첫 대결에서 1-1로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뒷심을 발휘해 두 번째 경기를 승리로 이끌 경우 승점 68을 획득,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긴다 하더라도 승점 67에 그치는 아스날을 제치고 승자가 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 95년 이후 처음으로 라이벌 아스날보다 순위표에 상단에 위치하게 되며 지난 1961-1962 시즌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감격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아스날이 쉽사리 토튼햄에게 길을 터주지 않을 태세라는 점이다. 아스날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95-96 시즌 이후 10년만에 4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지만 그동안 열세를 면치 못해왔던 챔피언스리그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해 있다. 상대가 바로 토튼햄 팬들이 응원을 보냈던 바르셀로나다. 만일 아스날이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를 꺾고 첫 우승컵을 거머쥔다면 토튼햄에게는 불똥이 튀게 된다. UEFA는 지난해 여름 전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은 자동으로 그 다음 시즌 출전권을 갖는다고 못 박아놓았다. 이 때문에 토튼햄은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를 확정짓는다 해도 아스날이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게 되면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되고 만다. 챔피언 아스날에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돌아가고 토튼햄은 UEFA컵으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놓이자 볼튼전에서 토튼햄 팬 일부는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멀리 타지에 위치한 바르셀로나와 함께 토튼햄을 응원하는 기이한 장면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지난 시즌 '머지사이드 라이벌' 리버풀과 에버튼이 같은 상황을 만들어 UEFA가 규정을 개정한 다음 시즌에 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흥미로운 일이다. 라이벌 관계이기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결론은 오는 18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프랑스 생드니 스타디움)이 끝나면서 가려진다. 토튼햄과 아스날, 누가 최후에 미소를 짓게 될까? iam905@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