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다저스타디움(로스앤젤레스), 김영준 특파원] "직구 스피드가 84마일(135km)이네. 아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직구를 던지는 투수일 거야".
4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서재응(29)의 피칭을 지켜 본 모 야구 전문가의 농담이다. 그만큼 빼어난 제구력으로 타자를 잘 요리한다는 칭찬의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었지만 정말로 이날 서재응의 직구 구속은 문제있었다.
평소 80마일대 후반은 나오고 90마일(145km)까지도 찍히는 데 비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저속이었다. 85마일을 넘는 직구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 때문인지 서재응은 '컨트롤 아티스트'답지 않게 볼넷을 3개 내줬고 6회까지 투구수가 101개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날 서재응의 피칭을 촬영한 사진기자에 의해 밝혀졌다. '유리 손톱'으로 유명한 서재응의 손톱이 또 말썽을 일으킨 것이었다. 경기 직후 만난 서재응의 얘기를 들이니 실제 상태는 생각보다 더 심각하고 급박했었다.
서재응에 따르면 경기 직전 손톱이 깨지자 다저스 코칭스태프가 등판 취소까지 고려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 직전 선발을 바꾸면 팀에 해를 끼친다는 생각에 서재응은 등판을 자원했다고 했다. 서재응은 "이닝이 거듭될수록 손톱이 더 깨졌고 아팠다"고 했다.
직구 구속에 대해서도 "낙차 큰 직구였다"라고 농담을 했으나 얼마나 어렵고 외롭게 마운드를 지켜왔을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오른손 검지에 반창고를 감고 인터뷰에 응한 서재응을 보며 '고작 84마일'이 아니라 '무려 84마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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