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보아온 배우 김유미가 맞나 싶다. 스크린에서 또 브라운관에서 그간 단아하고 차분한 연기를 펼쳐온 김유미가 오는 11일 개봉하는 새 영화 ‘공필두’(공정식 감독, 키다리 필름 제작)에서 숨겨왔던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도발, 섹시 그리고 처절’이다.
이 영화, 포스터부터 예사롭지 않다. 김유미는 이문식과 함께 마이크 마이어스 주연의 영화 ‘오스틴 파워’를 연상케 하는 설정으로 포즈를 잡고 있다. ‘오스틴 파워’, 모르긴 몰라도 은근히 야한 장면과 대사가 많은데 김유미의 파격 변신이란 바로 그런 걸 말하는 걸까. ‘공필두’를 보기 전부터 김유미의 연기변신에 많은 상상을 해봤다.
시사회를 통해 언론에 처음 공개된 ‘공필두’에서 김유미는 ‘파격’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될 정도로 이전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영화 ‘종려나무 숲’이나 MBC 드라마 ‘로망스’, KBS 드라마 ‘진주목걸이’에서 보아온 ‘청순가련’이란 색은 완전히 뺐다. 도발적인 김유미의 모습이다.
“저는 정적이고 차분하고 때론 또 차가운 그런 매력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가끔은 새로운 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새로운 연기에 대한 욕심에서 시작한 ‘도발’이었다. 데뷔 후 6년 동안 비슷한 색만 보여준 것 같아 답답했단다. 이쯤에서 한 번은 ‘톡’ 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유미는 ‘공필두’에서 비리형사로 몰린 공필두(이문식)가 누명을 벗기 위해 뒤쫓는 조직폭력배 2인자 태곤(김수로)의 여자친구이자 술집 여종업원인 민주로 변신했다. 술집 여종업원이라는 설정을 위해 김유미는 ‘섹시’를 선택했다. 짙은 화장에 몸매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 영화 속 술집 여종업원 민주라는 캐릭터를 위해 감독에게 직접 제안한 설정이었다.
“연기하지 않을 때 실제로 그렇게 야하게 하고 다닌 적이 없어요. 연기할 때는 배역에 몰입해 몰랐는데 후시 녹음 할 때랑 시사회 때 봤더니 저도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이었어요”.
섹시한 의상과 화장을 했지만,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 ‘오스틴 파워’를 떠올리며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노골적인 장면은 없다. ‘섹시’를 내세웠지만 단순한 의미의 야함이 아닌 ‘변신’이란 측면에서 택한 ‘섹시’였다.
“민주라는 캐릭터를 1차원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많은 인물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정형화된 인물보다 색깔로 표현하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렇다면 김유미의 ‘파격’ 더하기 ‘섹시’는 일단 벗고 덤비는 모바일 화보집과는 다른 맛이 있다.
또 김유미는 술집 여종업원으로 우여곡절 속에 공필두와 태곤의 보스, 그리고 사채업자 등에게 끊임없이 쫓긴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에서 맞기도 많이 맞는다. 아, 이제야 왜 그녀가 ‘처절’이라고 말하는지 알게 된다.
“육체적으로 참 힘든 영화였어요. 특히 추운날씨에 군산 신지대교에서 찍은 마지막 장면은….”
김유미는 라스트 신을 회상하다 그때의 벅찬 상황이 떠올랐는지 눈을 살며시 감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신지대교 신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거예요. 1월 영하의 추운 날씨에 비를 맞는 장면을 찍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두꺼운 옷에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저는 망사 옷만 입고 연기를 했어요. 웬만해서는 아프다거나 힘들다고 안하는데 그때 감기에 걸려 일주일을 고생했어요”.
힘이 든 만큼 영화에 애착도 가는 법. 김유미가 ‘공필두’에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스크린에서, 그것도 일정 금액을 주고 극장을 찾아오는 관객들에게 보여 줘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고 한다. 또 그간 영화에 출연한 작에서는 아직 ‘김유미’ 이름 석 자를 내 세울만한 작품이 뚜렷이 없기 때문이다.
“전작이 많이 아쉬워요.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작품이지만 자기만족도 있어야 다음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되기때문이죠. 그래서 ‘공필두’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김유미가 가야할 길은 험난하다. 5월 많은 작품들이 월드컵을 앞두고 줄줄이 개봉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칠즈음 김유미는 자신의 ‘도발, 섹시 그리고 처절’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공필두’는 편안하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배꼽 빠질 정도의 자극적인 것은 없지만 민망하지 않게 재밌는 영화니 많이 봐주세요”라고 관객들에게 부탁한 그녀는 “아, 김유미의 변신도 있으니 많이 보러 오세요”라는 말도 잊지 않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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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는 인터뷰 내내 '도발'이니 '처절'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자주 썼다. 마치 영화 '공필두'가 애증의 관계나 되는 듯이 말이다. /강성곤 기자 sungg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