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사랑의 힘이 만들어 내는 인간 인내력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체력의 한계, 인내력의 한계를 뛰어 넘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100km 마라톤 도전에 성공했다.
문대성은 5일 저녁 7시 반, SBS TV 특별생방송 ‘희망TV 24’의 클로징무대가 차려진 올림픽 공원 펜싱경기장으로, 지쳤지만 당당하게 돌아왔다. 전날인 4일 저녁 7시 50분 대장정을 떠났던 바로 그 자리로 24시간 만에 돌아온 것이다.
24시간 동안 문대성이 뛴 거리는 무려 100km. 극한마라톤 또는 울트라마라톤으로 불리는 한계 상황을 오로지 ‘약속의 힘’ 하나로 극복했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100km를 완주해 꼭 희망을 전해주겠다는 바로 그 약속이다.
물론 극한마라톤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문대성은 체격 자체가 마라톤에 적합하지가 않다. 아테네올림픽 80kg 이상급 금메달리스트 답게 190cm, 92kg이라는 당당한 체구의 소유자이다. 이 체격은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데는 더없이 이상적이지만 100km의 마라톤을 감당하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게다가 문대성이 뛴 코스는 잘 닦여진 마라톤 코스가 아니라 서울 도심이다. 아스팔트의 열기와 도심의 공해, 언덕과 둔덕이 늘려 있는 온갖 악조건 속에서 24시간을 달려야 했다. 정신력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불가능한 모험이다.
위기도 있었다. 문대성은 “40km까지는 비교적 무난히 갔다. 그러나 50km구간을 지나면서 발이 안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련이 와 무릎 마사지를 받으면서 내가 계속 뛸 수 있을까, 내가 왜 뛰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 때 우리 어린이들의 기가 전해져 왔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국민들이 내게 전해준 것과 같은 기운이었다. 그 기운을 받아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대성은 마라톤 중간중간에도 “내가 뛰다가 쓰러지면 나와 약속했던 아이들이 또 아플 것 같아 멈출 수가 없다. 내가 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끌어 주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정신력이 한계에 달할 때마다 문대성에게 힘을 준 마스코트도 있었다.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권순일 어린이가 적어준 노란 손수건이었다. 처음 약속대로 100km를 완주한 뒤에 펴본 노란 손수건에는 “나는 달리고 싶어요 권순일 어린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 행사를 지켜보고 있던 관계자들을 가슴 찡하게 했다.
한편, SBS는 ‘희망TV 24’ ARS 모금을 통해 총 4억 9000여 만원의 성금을 모금했다. 여기에 SBS는 별도로 10억 원을 더 보태 총 14억 9000만 원의 성금을 마련했다.
SBS가 10억 원을 낸 것은 모금액보다 더 많은 성금을 자체적으로 내겠다는 행사 전의 약속에 따라서다. ‘희망TV 24’ 클로징무대에 오른 안국정 SBS 사장은 “이 시간까지 모인 돈보다 많이만 내면 되지만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계속해서 돕는다는 의미에서 10억 원을 내겠다”고 밝혀 총 모금액은 14억 9000만 원이 됐다. 이 돈은 즉석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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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100km 극한 마라톤 도전에 성공한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