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스타]이문식, "연봉 300인생이 요즘 쨍하고 해 떴죠"
OSEN 기자
발행 2006.05.06 09: 18

“예전에 연예인들이 차에서 새우잠 자면서 일한다고 하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까 했는데 요즘에는 제가 그러고 있더라구요. 요즘 ‘내가 돈 벌려고 환장을 했구나’는 생각을 합니다. 하하하”.
충무로 대표 감초배우 이문식(39)이 요즘 바쁘다. 아니, 너무 바쁘다. 바빠서 오는 11일 개봉하는 자신의 첫 ‘원톱’ 주연작 영화 ‘공필두’ 홍보도 벅차 보이는 모습이다. 이달 31일 영화 ‘구타유발자’가 이어 개봉하고 올 여름 영화 ‘플라이 대디’로도 영화 팬들을 찾는다. 여기에 이달 말 방송되는 SBS 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로 안방극장 팬들과도 만난다. 이쯤 되면 돈에 ‘환장’한 이문식이라는 말도 나올 만하다.
그러나 직접 만나본 이문식은 돈만 벌기 위해 바쁜 것이 아니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정열적인 배우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바빠 본 게 두 번째입니다. 예전에 드라마 ‘다모’와 주말드라마, 그리고 영화 ‘황산벌’과 ‘오 브라더스’ 때문에 바쁜 적이 있었죠. 최근 영화 ‘마파도’를 끝내고 1년 쉬고 다시 바쁘네요”.
바쁘다는 말 속에도 얼굴은 싱글벙글 이다. 피곤한 기색을 찾을 수 없다. 그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이문식은 전북 순창에서 삯바느질 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배우가 된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이문식은 육군사관생도가 되고 싶었다. 출세의 지름길이라 생각했기 때문. 실제로 고 3때인 1985년 서울로 올라와 육사 입학 체력장을 쳤다. 물론 그때 잘 봤다면 지금 제복을 입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떨어졌다. 체력장을 보기 전날 여관에 투숙했는데 옆방이 너무 시끄러웠단다. 몹쓸 짓(?) 하는 40대 남자와 20대 여자로.
그래서 다음 진학을 꿈꾼 곳이 해양대. 마도로스가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집안에서 반대했다. 11대 종손이여서. 역시 포기.
결국 입학한 곳이 항공대였지만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와 상의해 재수를 했고 들어간 곳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다. 재수 당시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탤런트 하면 돈 많이 번다고 해서 들어갔다. 그 전까지는 연극영화과가 뭔지도 몰랐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연기였지만 한 번 빠지면 열정을 쏟는 성격에 연기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다. 연극하면서 연봉 300 만원 받았다. 물탱크 청소, 신문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연극하는 사람들은 항상 IMF예요. 그나마 IMF때 오히려 살림이 나아졌죠. 밥값이 싸졌거든요. 2500원짜리 밥 먹을 때도 고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 만나면 공통 화제가 없어서 대학로에서 연기만 하게 됐다. 누가 행여 연기 못했다는 조언을 하면 그 날은 소주 2~3병은 마시고 필름이 끊겼다. 자신에게는 연기가 전부인데 속상해서 견딜 수 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게 시작한 연기가 지금에 와서 만개하고 있다. 실력도 없으면서 바쁘면 얄밉다는 소리를 듣는데 이문식은 아니다.
이런 이문식의 모습은 자신이 타이틀 롤을 맡은 영화 ‘공필두’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영화의 주인공인 공필두는 아마추어 레슬링 대회에서 동상을 차지해 특채로 강력반 형사가 된 인물. 하지만 누명을 쓰고 비리형사로 몰려 고초를 겪는다. 공필두는 자신의 힘으로 난관을 돌파하려는 캐릭터다. 하지만 인간다운 모습이어서 결정적인 순간에 나사가 하나빠진 듯 아쉽다. 범인을 급습했을 때 권총이 없거나, 총이 고장 나거나, 카운터펀치를 날릴 때 팔이 짧아 오히려 범인에게 맞거나 등, 완벽하지 않은 주변의 인간에 대한 모습을 그린다. 영락없는 이문식의 그림자다.
“제가 귀가 얇아요. 사기도 여러 번 당했고. 그래서 지금 아내가 시나리오 받을 때 여러 사람과 만나지 말라고 해요. 쉽게 휘둘려 설득을 잘 당한다고요. 하하하”.
차가운 것과는 거리가 먼 푸근한 이미지로 가득 찬 이문식의 모습이다. 연극할 때는 연기가 좋아서 결혼하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기회가 생기면서 같이 연극하던 후배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아이를 안고 있으면서도 다른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이 많아졌다.
“MBC 드라마 다모 시상식 때 다모폐인들께서 ‘초심’이라고 쓰인 열쇠고리를 선물로 줬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예전에는 연극할 때는 연기 자체에만 신경만 쓰면 됐는데, 지금은 스케줄, 개런티, 가족 등을 생각하는 제 자신을 돌아볼 기회였죠”.
바쁘지만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연기에는 더 열정을 가지고 임하게 됐다.
“어영부영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요즘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저보고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도 겁나구요. 죽을 때 100%는 아니더라도 80%만족하는 작품은 남기고 가야할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 정신이 듭니다”.
인생이란 배를 타고 가면서 연기는 가끔 배를 갈아타며 같이 가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문식에게서 ‘충실함’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예전에 배우 이정섭 선배가 ‘인생에는 공짜도 없고 외상도 없다’는 말을 제게 했어요. 열심히 하라는 말인데 아직도 가슴에 새기고 있어요”.
이문식은 아무 생각 없이 바쁜 사람이 아니었다. '연봉 300' 이라는 힘든 시기를 거쳐 지금은 연기로나 경제적으로나 스스로 쨍 하고 해 떴다고 생각하는 속이 꽉 찬 연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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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맑게 웃고 있는 이문식의 얼굴에 생긴 깊은 주름 만큼 그의 연기에 대한 연륜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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