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앞에 우리도 있어요".
야구에서 승리했을 때 흔히 빛나는 투수들은 선발과 마무리다. 선봉에 나서서 호투한 선발 투수와 팀 승리를 지키는 '수호신'인 마무리에게 모든 공이 돌아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과 마무리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인 '중간투수진'이 없다면 승리도 따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대 야구다. 요즘 야구는 선발투수는 대개 6이닝 혹은 7이닝 정도만을 던지고 물러나고 마무리 투수는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8회 2사 내지는 9회에 등판하므로 중간 다리인 중간투수진이 필요하다.
결국 선발과 마무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튼실한 중간투수진이 버티고 있어야 팀 성적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당장 올 시즌 프로야구 팀 성적을 살펴보면 '중간투수진'의 강약에 따라 순위도 춤을 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 시즌 잘나가는 상위권 4개팀에는 특급 소방수들도 보유하고 있지만 특급 중간투수들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위 삼성에는 사이드암 권오준(26)이 마무리 오승환과 함께 강력한 'KO 펀치'를 이루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고 2위 현대에는 신인 좌완인 이현승(23)이 '좌타자 킬러'로 뛰며 마무리 박준수의 가교 노릇을 해주고 있다. 공동 3위 한화와 SK에는 베테랑 우완 최영필(32)과 신예 좌완 정우람(21)이 '든든한 허리'로 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마무리와 함께 '이기는 경기조'로 불펜에서 맹활약, 소속팀을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성적지표인 '홀드' 순위는 곧 팀 순위로 이어지고 있다.
1위팀 삼성의 '믿을맨' 권오준은 7홀드로 1위를 달리고 있고 2위 현대의 '원포인트 릴리프'인 이현승은 6홀드로 2위를 마크하고 있다. 공동 3위인 한화 최영필과 SK 정우람은 각각 5홀드, 4홀드를 기록하며 권오준 이현승의 뒤를 쫓아가고 있다.
상위권 팀들은 이들이 있기에 경기 후반을 편안하게 운영하고 있는 반면 이들과 같은 '튼튼한 허리'가 없는 하위권 팀들은 경기 후반만 되면 불안해지고 있다. 5일 현재 최하위인 롯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롯데는 마무리는 물론 중간투수진도 '믿을 맨'이 부족해 경기 후반 역전패 내지는 접전을 승리로 이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강병철 감독이 "우리는 6회까지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한 숨을 지을 정도이다. 선발진은 상위팀들과 비교해 뒤질 것이 없지만 중간투수진과 마무리가 허약해 치고 올라가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 롯데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소리없이 강한 허리를 만들고 있는 상위권 팀들의 중간투수진들도 팀동료들과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만하다.
구단에서도 이제는 기록상 성적만을 잣대로 연봉 대우를 해주는 것에서 탈피해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중간계투진에 대해서도 걸맞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믿을맨'들이 많이 나오고 힘을 내 팀 승리에 기여할 것이다.
sun@osen.co.kr
홀드 1위를 달리고 있는 권오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