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할러데이(29.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이름은 최근 몇 년간 빛이 바랜 감이 있다. 2003년 무려 266이닝을 던지며 22승을 거둬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뒤 2년간 합계 300이닝에 못미친 탓이다. 각종 부상으로 '이닝 이터'로서의 존재감이 퇴색됐다.
올해에도 할러데이는 예전처럼 많은 이닝을 던지진 않는다. 지난달 5일 개막전과 10일 탬파베이전서 8회까지 마운드를 밟았지만 이후 2경기 연속 7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배려 때문이다. 토론토의 불펜진이 탄탄해진 이유도 크다. 이 때문에 그는 올 시즌 한 번도 투구수 100개를 넘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승승장구한다. 탬파베이전 당시 7⅓이닝 5실점으로 난타당했을 뿐 나머지 4경기선 '에이스란 이런 것'이란 투구를 선보이며 모조리 승리를 쓸어담았다.
9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도 할러데이는 빛났다.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9이닝을 소화해내며 4피안타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5-0으로 크게 앞선 6회 올란도 카브레라에게 적시타를 허용했을 뿐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에인절스 강타선을 잠재웠다.
이날 토론토는 할러데이의 호투를 등에 업고 5회에만 집중 5안타로 5득점, 5-1로 승리했다.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상대 선발 제프 위버를 난타했다. 벤지 볼리나와 알렉스 리오스는 각각 투런홈런을 때려냈다.
이로써 할러데이는 시즌 4승(1패)과 함께 방어율이 3.12로 낮아졌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이날 던진 공이 98개라는 점이다. 볼이 38개에 불과할 정도로 빼어난 제구력을 선보인 결과다. 그 결과 삼진 6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1개에 그쳤다.
할러데이는 올 시즌 나선 5경기에서 한 번도 볼넷을 3개 이상 내준 적이 없다. 1볼넷 경기만 3번이다. 지난해까지 빅리그 8년간 299볼넷에 그친 정교한 제구력이 여전하다. 현재 페이스라면 할러데이는 209이닝을 던져 37개의 볼넷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물론 산술적인 결과일 뿐이다.
그의 계속되는 호투에 토론토 수뇌진은 기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가 3년만에 200이닝을 넘기면서 1번 선발의 위력을 재현할 경우 13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숙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토는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1992∼1993년 이후 한 번도 가을잔치에 초대되지 못했다.
최근 6경기 4승째를 거둔 토론토는 현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공동 1위인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에 2경기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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