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威風堂堂:남을 압도할 만큼 풍채가 의젓하고 떳떳함)'.
혹시나 모를 불안감을 안고 잉글랜드행 비행기에 올랐던 '신형엔진'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를 풀타임 소화했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떨까? 물론 성공적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프리미어리그 총 38경기 중 34경기에 출장, 2048분을 뛰었다. 선발로는 24경기(풀타임 12회)에 나섰다. 오른 발목으로 결장한 8일(한국시간) 찰튼 애슬레틱전을 제외하면 막판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득점은 하나 밖에 되지 않지만 어시스트는 6개나 올렸다. 어시스트만 놓고 본다면 리그 내 12위, 팀 내에서는 3위에 해당하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맨유가 어떤 팀인가? 지난 92년 잉글랜드 리그가 프리미어리그로 간판을 바꾼 이후 올 시즌까지 14시즌까지 8차례나 정상을 밟은 잉글랜드 최고 명가다.
이런 명문 팀에서 박지성은 주전급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위풍당당. 박지성을 두고 하는 단어다.
◆가능성을 현실로
박지성이 지난해 여름 맨유행 결심을 하자 당시 PSV 아인트호벤 사령탑이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가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질 테니 잘 생각해 보라"는 식의 말을 했다. 부정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박지성은 보란듯이 맨유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8월 에버튼과의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7경기만에 어시스트를 올렸다. 저조한 득점력이 도마 위에 오를 무렵 12월 21일에는 버밍엄 시티를 상대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은 데뷔골 당시 히딩크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쳐보였다. 박지성에게 우려의 시각을 보냈던 히딩크 감독이 그 장면을 봤다면 감탄사를 연발했을 것이다.
맨유가 리그 막판 9연승을 달릴 때 박지성은 6경기에 선발, 2경기에는 교체로 나서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특히 지난달 10일 강호 아스날전에서는 골맛까지 봤다.
◆기량도 일취월장, 행운도 따랐다
맨유 유니폼을 입으면서 노련미가 더해졌다. 빅리그 그 중에서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맨유 선수들 안에서 자기를 더 갈고 닦았다. 볼 키핑력이나 공간 침투 능력은 아인트호벤 시절 보다 나아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표팀에 돌아온 박지성은 지난 3월 1일 앙골라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는 단연 키플레이어였다. 앙골라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면도 없지 않지만 공격을 풀어가는 능력과 폭넓은 시야, 돌파력 등 빅리그에서 다듬은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운도 적지 않게 따른 것도 사실이다. 맨유가 시즌 초반 4-3-3 포메이션을 쓰면서 박지성은 라이언 긱스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의 백업 역할을 주로 맡았다. 세 명이 서는 미드필드에는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장이었던 로이 킨(현 셀틱)의 이적과 앨런 스미스의 부상으로 생긴 공백,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박지성은 주전으로 기용되기 시작했고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맨유의 붙박이 왼쪽 미드필더인 긱스가 중앙으로 보직을 변경한 것도 박지성의 팀 내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남은 과제는?
맨유에서 측면 미드필더를 맡는 박지성은 공격에 깊숙히 가담한다. 박지성의 임무가 골을 이끌어 내는 쪽에 가깝지만 공격수라면 골을 만들어 내는 능력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적극적인 슈팅과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측면 미드필더이다보니 크로스를 시도하는 횟수가 많기 마련. 자연히 문전으로 쇄도하는 선수들의 입맛에 맞는 패스를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즌 막판 주로 선발로 나섰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주전 경쟁은 다음 시즌에 가열될 것으로 전망이기 때문. 첼시에 2년 연속 우승컵을 내준 맨유는 허리를 강화하기 위한 전력 보강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안 로만 리켈메(비야레알), 플로랑 말루다(올림피크 리옹) 등 정상급 미드필더들이 맨유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선수들이다. 박지성은 뒤를 돌아보기 보다는 앞을 내다보고 더욱 힘을 내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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