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정동진 당시 태평양 감독은 "이재주를 눈여겨 보라"고 한 적이 있다. 강릉고를 갓 졸업한 신인인데 타격 재질이 보통이 아니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이재주는 당시만 해도 흔치 않았던 고졸 신인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더욱이 포지션이 포수라 출전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탓에 잠재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이같은 상황은 강산이 바뀌어도 마찬가지였다.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서 잊혀진 존재로 있다 2002년 KIA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2003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3자릿수 출장(103경기)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해 타율 2할8푼 11홈런으로 생애 최고 성적을 거두며 드디어 주전 자리를 꿰차는 듯했다. 하지만 2004년 마해영이 입단하면서 또 입지가 흔들렸다. 성적도 곤두박질쳤다. 타율 2할5푼6리에 8홈런으로 주전 자리가 위태로웠다.
결국 지난해에는 대타로 '원위치'하며 79경기 출전으로 시즌을 마쳤다. 상황은 암담했다. 그러나 갑자기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마해영이 LG로 이적하자 그는 KIA의 새로운 중심타자로 주목받았다. 서정환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도 큰 몫을 했다.
그토록 소망했던 기회가 주어지자 이재주는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프로 15년차인 올해 폭발적인 타격능력을 과시하며 4번타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일까지 타율 3할1푼9리 2홈런 7타점을 기록한 그는 9일 문학 SK전에서 펄펄 날았다. 5타수 2안타 4타점. 2-4로 끌려가던 5회 2타점 좌전안타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뒤 6회 2사만루에서도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쳐내 승부를 갈랐다.
6회 결승타 뒤에는 행운도 따랐다. 상대 4번째 투수 조웅천을 상대로 초구 파울 플라이를 쳤는데 SK 1루수 피커링이 잡을 수 있는 공을 놓쳐 타격 기회가 이어졌기 때문. 결국 그는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를 통타해 개끗한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에 값진 1승을 안겼다.
이재주는 당시 상황에 대해 "조웅천 공에는 자신이 있어서 초구에 가볍게 배트를 댔는데 피커링이 잡는 줄 알았다. 그래서 아쉬웠는데 다행히 타구를 놓치는 바람에 다음 타석으로 연결이 됐다"며 "결과가 좋아서 기분도 상쾌하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 대타로 나던 것이 도움이 됐는지 4번을 맡아도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것 같다""고 올 시즌 활약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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