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 5기 첫 승' 최원호, "내 공을 믿는다"
OSEN 기자
발행 2006.05.10 09: 43

볼 스피드는 최고가 간신히 140km에 턱걸이 한다. 150km대 강속구를 뿌려대는 다른 투수들과 비교하면 '공'도 아니다.
하지만 타자들이 느끼는 구위는 150km 강속구 투수들 못지 않다. 130km대 후반에 머무는 평범한 스피드이지만 타자들의 체감 스피드는 150km대 공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볼끝이 엄청나게 살아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가 여간 쉽지 않다. '공포'의 주무기인 느린 체인지업이 그 비결이다. 직구와 속도 차이가 20km 이상이나 나는 바람에 타자들이 완급 조절투에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LG 트윈스에서 지난해부터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선발 로테이션의 주축이 되고 있는 우완 최원호(33)가 그 주인공이다. 프로 11년차인 최원호는 '평범한' 볼스피드와 '평범한' 컨트롤을 지닌 '평범한' 투수이지만 마운드에서는 어느 초특급 투수 못지 않은 호투를 펼치고 있다.
최원호는 최고구속 140km의 직구에 110km에서 130km에 이르는 체인지업, 120km대의 커브와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던지며 타자들을 제압하고 있다. 30km 가까운 속도 차이로 완급을 주기 때문에 타자들은 배팅 타이밍을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느린 변화구를 던지다가 140km짜리 직구를 불쑥 던지기 때문에 타자들의 체감스피드는 150km대 못지 않은 것이다.
5게임 선발 등판만에 첫 승을 따낸 지난 9일 삼성전서 최원호의 '완급조절투'는 빛이 났다. 최원호는 1회에만 컨트롤이 흔들려 3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불안했을 뿐 2회부터는 페이스를 회복해 쾌투했다. 3회부터 6회까지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틀어막는 등 6⅔이닝 동안 4피안타 3사사구 8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강속구 투수도 아니면서도 많이 솎아낸 탈삼진 8개가 돋보인다. 8개 중에 4개는 루킹 삼진으로 타자들의 '노림수'를 역으로 찌른 투구가 빛났다. 그만큼 최원호의 볼스피드 변화에 타자들이 감을 잡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1996년 현대에 입단할 때부터 기대주였던 최원호는 사실 2004년까지는 잦은 부상으로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잔부상에 짓눌려있던 최원호는 지난해 데뷔 후 최다인 13승을 올리면서 완전히 자신감을 얻었다. 프로 11년차의 관록이 붙고 부상 공포에서 벗어난 데다 2004년 시즌 종료 후 산삼을 먹고는 체중이 불어 투수로서 안정감이 더해졌다는 평가이다.
4전 5기로 첫 승의 물꼬를 튼 후 최원호는 "몇 차례 호투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해 답답했다. 내가 못던진 경기도 있고 타선이 터지지 않은 경기도 있었지만 설마 1승도 못하랴는 마음으로 편하게 등판했다. 경미한 허리 통증으로 개막 후 늦게 합류했는데 이제 첫 승을 따내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원호는 또 "포수 조인성이 차분하게 리드한 것이 호투의 요인이었다. 인성이가 볼 좋으니까 믿고 던지라고 주문했다"면서 "지난해에는 개인 최고성적을 올려 좋았으나 올해는 팀이 가을 잔치에 나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대기만성으로 '투구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는 최원호가 '느린 직구에 느린 변화구'로 늦은 전성기를 맞이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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