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 영화배우 신현준(38)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첫 번째 전성기가 언제였냐고 묻기는 민망하다. 요즘처럼 그가 충무로에서 특급 스타로 대우받는 시절은 없었기 때문이다.
신현준은 한때 ‘불편한 카리스마’의 대명사로 통했다. ‘장군의 아들’(1990년)에서 일본 무사 하야시, ‘은행나무 침대’(1996년)에서 황장군으로 주목을 받은 이후 눈꼬리를 치켜뜨고 입술을 꽉 다문 채 인상 쓰기에 급급했다.
그런 그가 코미디 영화 ‘가문의 위기’에서 망가진 조폭 두목으로 출연하면서 연기의 폭을 넓혔다. 몸에 안맞는 옷처럼 주체하기 힘들었던 카리스마를 조금씩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최근 개봉한 휴먼 드라마 ‘맨발의 기봉이’는 그의 업그레이드 연기력을 입증한 작품이다. 어려서 열병을 앓아 8살 지능에 멈춘 마흔살 노총각 ‘기봉’ 역할에 혼을 담아 찍었다.
그 덕분에 신현준에게 최근 여기 저기서 시나리오를 들이밀고 있다. 제작자들이 연기력 되고, 지명도 있고, 흥행 전력 많은 배우를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의 매니저는 승용차에 시나리오를 싣고 다니며 빡빡한 일정에 바쁜 신현준에게 틈틈이 시나리오를 건네고 있다.
액션 코미디 ‘김관장vs김관장vs김관장’을 촬영중인 신현준은 이미 차기작으로 ‘가문의 영광’ 시리즈 3편인 ‘가문의 부활’이 예정돼 있다.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는 시나리오의 양보다 새로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더 많을 정도여서 당분간 캐스팅이 쉽지않을 전망이다.
불혹을 눈 앞에 둔 신현준이 이처럼 뜨게 된 이유는 시나리오를 직접 고르는 안목에 있다. 그는 KBS TV에서 방송된 인간극장 ‘맨발의 기봉씨’를 본 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권수경 감독에게 찾아가 시나리오 작업을 의뢰했다. “같이 영화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소속 매니지먼트사나 기획자의 주문에 따라 움직이는 일부 스타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길로 들어섰다. 자신의 역량이 커질수록 배우로서의 생명력은 길고 강해진다.
동료의 자질을 알아보고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탁재훈은 그의 권유와 발탁으로 ‘가문의 위기’에 출연했고, 이제 본업인 가수보다 배우로서 더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한동안 쉬고있던 권수경 감독에게 다시 메가폰을 쥐게 한 것도 그의 몫이었다.
쏟아지는 시나리오 속에서 어떤 보물을 찾아들지 기대되는 배우 신현준의 요즘 행보다.
mcgwire@osen.co.kr
‘맨발의 기봉이’에 출연한 신현준(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