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4번타자 자리는 이상없나?
OSEN 기자
발행 2006.05.12 14: 47

[0SEN=박승현 기자]최근 3경기에서 침묵하고 있는 요미우리 이승엽(30)을 둘러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좋지 않은 쪽이다.
지난 11일 인터리그 오릭스전이 끝난 뒤 하라 감독이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남겼다.
“그 상황에서 이승엽이 외야플라이라도 쳤다면 100점 만점이었을 것이다. 삼진을 당한 것에 대해 본인도 반성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이 벽을 넘어서야 한다”.
이날 1-0으로 앞서던 요미우리가 6회 무사 1루에서 오제키의 적시 2루타로 한 점을 추가하자 하라 감독은 다음 타자 니오카에게 보내기 번트를 시켰다. 1사 3루를 만든 뒤 이승엽에게 그야말로 최소한 희생플라이라도 기대한다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오릭스 우완 선발 히라노에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몸쪽 낮게 떨어지는 포크 볼에 배트가 헛돌았다.
물론 경기는 니시무라, 하야시의 구원호투에 힘입어 요미우리가 2-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끝까지 마음을 놓지는 못했다. 만약 6회 이승엽이 타점을 올렸다면 좀 더 편안한 경기가 됐을 것이다.
경기 후 이승엽에 대한 하라 감독의 코멘트 역시 이런 배경에서 나왔지만 어조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이승엽에 대한 칭찬과 신뢰 일색에서 벗어나 우려가 담겨 있다.
이날 하라 감독은 이승엽을 올 시즌 처음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1루수는 조 딜론이었다. 이승엽은 일본진출 첫 해부터 자신이 지명타자로 뛰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꼈다. “수비를 하지 않으면 경기흐름을 타기 힘들어 타격도 안된다”고 말하곤 했다. 롯데 마린스에서 요미우리로 이적한 것에 대해서도 “수비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하라 감독이었지만 이승엽을 인터리그 두 번째 경기에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가뜩이나 타격이 하향세인데도 그랬다(딜론 역시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승엽을 둘러싼 또 하나의 변수는 외야수 다카하시의 12일 복귀다. 옆구리 근육통으로 1군엔트리에서 제외돼 있던 다카하시는 10일 이스턴리그(2군) 야쿠르트전에 출전, 3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11일에는 140m짜리 초대형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다카하시가 복귀하면 요미우리 외야는 스즈키 야노 오제키 등 현재 선발로 뛰고 있는 선수들에 벤치 멤버 시미즈까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게 된다. 이들 중 시미즈를 제외하면 모두 3할대 중반을 넘는 타율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중이기도 하다. 하라 감독으로선 이들 중 하나를 지명타자로 돌리고 싶은 유혹을 느낄 만한 대목.
또 하나 다카하시가 정상적으로 타격감을 자랑하게 되면 니오카-이승엽-고쿠보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변화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이승엽으로선 개막 후 줄곧 지켜왔던 4번 타자 자리도 위협을 받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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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하시(왼쪽)와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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