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왜 상속세가 안보이나
OSEN 기자
발행 2006.05.17 09: 17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요즘 재벌 후계자들의 상속세가 논란이다. 신세계 백화점 정용진 부사장(38)은 지난 12일 “깜짝 놀랄 만큼의 세금을 내고 회사를 승계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자동차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검찰 수사로 불거지면서 한국 재벌들이 드디어 상속세를 자신들이 내야할 세금으로 인정하는 것일까.
신세계 대주주인 이명희 회장의 장남인 그가 정상적으로 부모의 주식을 다 물려받을 경우 세금만 1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정 씨는 또 영화배우 고현정의 전남편으로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삼성가의 아들 치고는 그동안 이런 저런 일로 세간에 노출되거나 각종 루머에 휩싸인 일이 많았다. 그래서 그의 깜짝 발언이 몰고온 파장이 더 컸다.
이에 대한 일반 여론과 네티즌의 시선은 차갑다. “당연히 내야할 세금을 지금까지 안내고 뭐했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 속 재벌들은 여전히 말썽꾸러기, 응석받이 자녀들에게 선뜻 재산을 물려준다. 항상 “말안드면 유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협박과 함께다.
개봉을 코 앞에 둔 박건형 김효진 주연의 코미디영화 ‘생,날선생’도 예외는 아니다. 재벌이 아니라 로또 복권에 당첨된 전직 교장과 그 손자라는 설정이 조금 특이할 뿐이다. 룸살롱과 클럽을 전전하는 손자 우주호(박건형)의 망나니 짓에 지친 할아버지는 어느 날 쓰러진다. 코미디 영화라서 불치병은 아니고 치질이다.
어찌됐건 할아버지는 손자의 신용카드 등을 모두 정지시키고, ‘2년동안 학교 교사로 일하지 않으면 모든 재산은 사회로 환원될 것’이라고 유서를 쓴다.그리고 손자를 불러 한마디 건넨다. “만약 말만 잘들으면 사회 환원은 없던 일로 할게”. 손자는 어쩔수없이 교사가 돼서 온갖 사고를 친다는 줄거리다.
한국영화에서 흔히 보는 스토리다. 얼마전 현빈의 스크린 데뷔작 ‘백만장자의 첫사랑’도 이와 거의 흡사하다. 여기서는 진짜 재벌 수준의 유산이 오가고, 현빈이 교사로서 2년 생활이 아니라 ‘어떻게든 고교 졸업장을 따내는 것’이 재산의 사회환원을 막는 단서 조항으로 작용하는게 다르다.
TV 드라마에도 재벌 후계자들은 늘 등장하고, 이들은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고 물려주는데 늘 거리낌이 없다. 김희선의 드라마 복귀작 ‘요조숙녀’에서도 손창민과 고수는 유산 상속 대결을 벌이고, 김희선은 재벌가의 며느리를 꿈꾸다 좌절하는 중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부터 재산의 사회환원이 제대로 등장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영화는 사회의 앞선 모럴을 제시해야되는데 이 문제 만큼은 늘 뒤처져가는 느낌이다.
아들이 아니라 집잃은 고아들에게 전재산을 넘겨주려던 부부가 영화에 그려진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부모는 ‘공공의 적’에서 패륜아 이성재에게 처참히 살해당하고 만다. 한국영화에서 재산의 사회환원이란 이처럼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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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날선생’(왼쪽)과 ‘황태자의 첫사랑’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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