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격 단행된 두산과 롯데의 2-2 트레이드는 침체에 빠진 두 팀의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당장 전력의 향상을 도모했다기 보다는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충격요법'인 셈이다.
두산은 나이 많은 베테랑이 상대적으로 많아 힘이 달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날 대구 삼성전까지 팀 홈런 9개에 불과할 만큼 장타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코칭스태프는 고참들의 분발을 촉구해왔다. 베테랑들이 나서서 파이팅을 외쳐줘야 팀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슬럼프가 생각 외로 길어지자 트레이드 카드를 통해 선수단 전체에 경각심을 퍼뜨리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대신 두산은 일방 장타력이 돋보이는 최준석(23)을 확보했다. 최준석은 아직 세기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힘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대호와 함께 롯데 '제4의 용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롯데 팬들이 '잠실 대첩'으로 부르는 지난해 5월 26일 잠실 LG전 9회 극적인 결승홈런을 때려낸 주인공이다. 당시 롯데는 5회까지 0-8로 끌려가다 무서운 추격전을 벌여 11-11 동점을 만든 뒤 최준석의 우월 투런포로 극적인 대역전극을 연출한 바 있다.
두산은 이번 트레이드로 내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을 뒀다. 최준석이 '미완의 대기'인 만큼 당장 경기에서 큰 활약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팀의 주포로 양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김경문 감독은 이날 삼성전에 앞서 "올해 보다는 미래를 위해 최준석을 영입했다"며 "일단 오늘 경기 중반 대타로 내세운 뒤 내일부터는 주전 1루수로 꾸준히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준석과 함께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김진수(27)는 백업 포수로 염두에 두고 있다. 두산은 몸상태가 좋지 않은 홍성흔 외에 당장 기용 가능한 후보 포수가 용덕한 한 명뿐이다. 베테랑 강인권은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잘만 키우면 쓸만한 '예비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진수는 일단 2군에서 출발한다.
두산과 롯데의 트레이드 논의는 지난 9∼11일 사직 3연전 도중 처음 논의가 됐다. 당시에는 특정 선수를 거론하지 않은 채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트레이드를 실시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했다. 이후 양측의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16일 대구 삼성전 도중 최경환 최준석이 포함된 2-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두산측에 따르면 이번 트레이드는 롯데가 먼저 제의해서 이루어졌고 "원하는 선수를 선택해보라"는 두산의 응답에 롯데가 최경환을 호명하면서 거래가 확정됐다고 한다.
한편 LG와의 잠실 원정 도중 이번 트레이드 소식을 전해들은 최준석과 김진수는 오후 3시 20분 서울발 KTX 열차를 타고 대구에 도착했다. 이들은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김경문 감독 이하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최준석은 "아침에 통보를 받아서 현재 뒤숭숭하다. 야구를 처음 시작했던 마음가짐으로 처음처럼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수는 "롯데에서 9년간 선수생활을 했는데 마지막이란 각오로 딴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두산에 온 것은 내게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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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시절의 최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