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일까? KIA 외야수 이종범(36)이 머리를 짧게 치고 나타났다.
이종범은 지난해부터 공을 잔뜩 들여 장발에 가까울 정도로 머리를 길었다. 치렁치렁한 웨이브 머리로 새롭게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93년 입단 이후 이종범의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익숙한 팬들에겐 그럴싸하게 보인 것도 사실.
그러나 17일 광주구장에 나오기 전에 미용실에 들려 머리를 스포츠형 머리로 짧게 깎았다. 거의 고교생의 까까머리에 가까웠다. 후배들과 섞여 묵묵히 훈련을 하는 이종범의 얼굴은 촌스럽고 앳되 보일 정도였다. 훈련이 끝나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이종범을 붙잡고 왜 잘랐느냐고 묻자 “아이고, 머리가 기니까 너무 더웠다. 모기도 달라붙고, 그래서 잘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원래 사람은 뭔가 새로운 변화가 생길 때 머리에 손을 대는 일이 많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이종범은 올해 WBC 맹활약 이후 시즌 들어 부진에 빠져있다. 전날까지 타율 2할2푼5리, 무홈런, 5도루의 초라한 성적표. 지난해 3할 타율로 '회춘', 18억 원의 FA 대박을 터트렸고 WBC 맹활약으로 2억 원의 보너스까지 받은 간판선수로는 행색이 말이 아니다.
이종범의 부진은 곧바로 팀은 타선 침체로 직결됐다. KIA 타선은 좀 괜찮은 투수들이 나온다 싶으면 맥을 추지 못한다. 서정환 감독은 매일 타순을 이리짜고 저리짜고 바꿔도 뾰족한 수가 없다. “어서 빨리 바람(이종범의 애칭)이 불어야 되는데”라며 한숨만 내쉴 뿐이다.
이종범의 짧은 머리를 본 김종윤 수비코치의 해몽. “선수는 저런 맛이 있어야 한다. 잘 안된다 싶으면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느냐. 장성호도 안타 못치면 머리를 자르겠다고 하더니 진짜로 자른 뒤 요즘 잘하고 있다”. 김 코치의 해석대로 '까까머리' 이종범이 심기일전해 극심한 부진에서 빠져나올 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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