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쓰릴법도 하건만 그냥 웃어 넘겼다. 마무리 투수에게 블론 세이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이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18일 대구 두산전에 앞서 전날 5실점으로 무너진 '애제자' 오승환을 감쌌다.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 벌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선 감독은 "어제는 승환이가 피칭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며 "안경현의 8회 2타점 적시타는 보통 때라면 파울에 그쳤을 테지만 공끝이 죽은 탓에 우익수 앞 빗맞은 안타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당시 삼성이 2-1로 앞선 8회 등판, 연속 4안타와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면서 5실점으로 무너졌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채 무너진 터라 당일 프로야구 최고의 화제가 됐다. 경기 전까지 통산 블론세이브 '2'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보통 충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선 감독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마무리 투수는 아무리 잘 던져도 한 시즌 블론세이브 3∼4개는 피할 수 없다"며 "5개를 넘는다면 문제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개의치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자신 해태와 일본 주니치에서 '철벽 소방수'로 활약한 경험에 비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더구나 오승환이 허용한 안타 5개 중 내야안타가 3개(번트안타 2개), 빗맞은 안타 1개인 점을 감안하면 통타당했다고 볼 수는 없다. 묘하게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분석이 적확하다.
선 감독은 주니치에서 활약하던 1999년 충격적인 3연속 블론 세이브의 경험을 회고하며 오승환이 겪은 일은 '약과'라고 역설했다.
그해 시즌 도중 주니치는 큰 점수차로 계속 이긴 탓에 등판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은 어느날 낮경기서 당시 야마다 투수코치의 지시로 등판했는데, 그만 경기를 날렸고 이후 3경기 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경험을 웃으면서 설명했다.
당시 충격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선 감독은 버스 안에서 "나도 이제는 안 되나 보다"며 처음으로 은퇴를 고려했다고 한다.
'나고야의 태양'이 심상치 않자 야마다 코치가 조심스럽게 불러 "중간계투로 몇 경기 나선 뒤 마무리로 복귀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했는데, 자신은 다짜고짜 "야구를 그만둘까 생각한다"고 말해 야마다 코치가 크게 놀랐다고 한다.
다행이 "구위는 정상이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라"는 조언에 결국 시즌을 끝까지 마쳤지만 매 경기 피말리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구원투수의 애로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듯했다.
선 감독은 "올해 승환이가 2번이나 두산에 당했는데,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타선을 압도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럴 때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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