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오승환 없으면 우리가 롯데와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선동렬 삼성 감독은 현재 삼성이 버티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안정된 불펜에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설명했다. 그만큼 중간과 마무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보통이 아니라는 점을 희화화해서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믿었던 철벽 마무리가 무너진다면? 그 다음은 대책이 안 선다. 타선이 무차별적으로 폭발하든지 선발투수가 기막힌 호투를 펼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경기를 놓친 다음날에는 심적부담도 그만큼 크다.
하지만 18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는 싱겁게 진행됐다. 초반 필요할 때 야금야금 점수를 뽑은 데다 선발 제이미 브라운이 기막힌 역투를 펼치면서 일방적인 페이스로 진행됐다. 위기다운 위기조차 없었다.
전날 오승환의 5실점 블론세이브로 역전패한 삼성이 깔끔하게 1승을 추가하고 전날의 악몽에서 깨어났다. 삼성은 이날 브라운의 호투와 지난 겨울 두산에서 이적한 김창희의 맹타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경기전 양팀 선수들의 표정은 대조적이었다.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한 삼성과 달리 두산 선수들에게선 요즘 좀처럼 발견할 수 없는 여유가 엿보였다. '행운이 따른 승리와 패배'의 차이는 그렇게 컸다.
그러나 플레이볼이 시작되면서 경기는 삼성이 주도했다. 브라운은 1, 3, 5회 단타 1개씩만 내줬을 뿐 거침없는 투구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4회에는 두산 주포인 안경현과 홍성흔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4643명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자로 잰 듯한 제구로 볼넷 1개만 허용했고 삼진은 6개를 솎아냈다. 135∼145km의 직구와 체인지업이 절묘하게 먹혀들었다. 이날 기록은 8이닝 3안타 무실점. 시즌 3승째(3패)를 품에 안았다.
브라운이 마운드에서 힘을 내자 삼성 타선은 초반 야금야금 점수를 얻어 승부를 갈랐다. 특히 김창희가 돋보였다.
김창희는 3회 상대 선발 이혜천으로부터 좌월 솔로홈런을 때려낸 뒤 4회 1사 1,3루에선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추가했다. 5회에는 김한수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 박한이를 불러들이면서 기세를 올렸다.
삼성은 9회 브라운을 내리고 오승환을 투입, 경기를 마감했다. 전날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던 오승환은 선두 임재철에게 좌월 2루타를 허용했지만 무사히 경기를 끝내고 시즌 13세이브째를 기록했다.
전날 8회에만 5안타로 5득점한 두산은 이날 또 다시 방망이가 침묵, 완패를 당했다. 2안타를 때려낸 손시헌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해 영봉패의 수모를 당했다.
한편 삼성 양준혁은 4타수 무안타에 그쳐 통산 최다루타 기록(3172)에 여전히 2개차를 유지했다. 안타를 추가하지 못한 박진만도 통산 1000 안타 기록 달성을 다음 기회로 넘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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