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5월 첫째주 ‘미션 임파서블3’의 개봉으로 시작된 블록버스터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단 이번 주말까지는 확실히 할리우드가 한국 극장가를 장악했다.
맥스무비, 인터파크, 티케링크 등 영화예매 사이트들의 주말 예매 집계에서 18일 개봉한 올 시즌 두 번째 블록버스터 ‘다빈치 코드’는 80~90%대의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개봉 당일에도 각 극장가에는 남들보다 먼저 이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를 북새통을 이뤘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든 ‘미션 임파서블3’는 7~9%의 예매율로 2위. 결국 할리우드 영화 두편을 보려는 예매권 구매가 전체의 98%에 육박했다.
지난해 ‘왕의 남자’이후 잘 나가던 한국 영화는 블록버스터 두편에 멍석을 걷고 내쫓겼다. '맨발의 기봉이’와 ‘가족의 탄생’이 각각 3, 4위를 차지했지만 선두와 1%에도 못미치는 예매율이라 순위 자체는 의미가 없다.
이대로 한국영화가 주저앉는 것일까. 다행히 1억6000만 달러나 쏟아부은 ‘다빈치 코드’에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전세계에 6000만부가 팔려나간 동명 원작 소설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소설보다 못하다’는 영화 리뷰가 미국의 주요 신문과 외신에 먼저 보도됐고, 개봉 첫날 영화를 본 한국 관객들의 반응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이 다수다.
또 31일 개봉할 세 번째 블록버스터 ‘포세이돈’도 일찌감치 실패한 리메이크로 점찍혔다. ‘미션 임파서블3’의 액션(3일)-‘다빈치 코드’의 스릴(18일)-‘포세이돈’의 엄청난 재난(31일)으로 3연타석 홈런을 노렸던 할리우드의 작전은 일단 3타수 1안타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 한국영화의 위안거리. 장르를 제대로 잡기도 힘든 가족 드라마 ‘가족의 탄생’이 현대극으로서는 ‘왕의 남자’에 못지않을 수작으로 미끈한 가래떡마냥 아주 잘 뽑혔다. 이번 주말을 고비로 한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블록버스터의 열기는 슬슬 식을 것으로 보인다.
강추 !!!
☛가족의 탄생
감 독 : 김태용
주 연 : 문소리, 고두심, 엄태웅, 공효진, 김혜옥, 봉태규, 정유미
개 봉 : 5월18일
등 급 : 15세 관람가
시 간 : 114분
20년 세월동안 서로 다른 세가족이 얽히고 설킨 끝에 새로운 가족을 탄생시키는 이야기다. 영화 줄거리만 듣자니 조금 산만하고 재미 없을 것이란 느낌이 삼삼하게 뒤통수를 때린다. 출연진도 단독 주연이 가능할 대어급이 수두룩해서 왠지 집중력이 떨어져 보인다. ‘귀여워’나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처럼 재미난 상업영화를 가장한 감독의 자기 만족용 예술작품이 아닐지 의심스러웠다.
이같은 의구심은 영화가 시작되고 불과 10분만에 산산히 깨져버렸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영화 속으로 몰입하는 강도가 세졌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오랜만에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더 보고 싶었고 더 느끼고 싶었으니까.
3개의 만남과 헤어짐이 옴니버스 스타일로 연결된다. 시 공을 떠나서 이들을 가족으로 엮어낸 김태용 감독의 솜씨는 놀랍다. 첫 장면 기차 안에서 젊은 경석(봉태규)이 삶은 달걀과 사이다라는 60년대 수법으로 아리따운 대학생 채현(정유미)을 꼬시고 있다.
아무 설명없이 다음 장면은 분식집 아줌마 미라(문소리)의 일상으로 이어진다. 군대간후 소식이 끊겼던 동생 형철(엄태웅)이 몇 년만에 26살 연상의 아내 무신(고두심)을 데리고 나타난다. 부모 처럼 애인 처럼 살갑게 지냈던 동생이기에 금세 화도 풀리고 가족이 된다. 그러나 무신의 전남편의 전처가 낳은 딸아이(결국 무신과는 피 한방울 안섞였다는 얘기) 채현이 찾아오면서 짧은 평화는 끝이 난다. 철딱서니 없는 동생은 누나와 싸운후 “술 한잔 하고 오겠다”고 나가더니 감감 무소식.
다음은 유부남과의 사이에 아들 경석을 낳고 사는 엄마 매자(김혜옥)와 갈등을 빚는 선경(공효진)의 삶이 펼쳐진다. 여기서 줄거리를 더 요약하면 스포일러가 된다. 가족 드라마치고는 ‘앗’하고 절로 무릎을 치게하는 반전까지 덤으로 달려 있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이후 7년 만에 컴백한 김태용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빼어난 연출력을 발휘했다. 극 진행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배우들 연기는 감칠 맛 난다. “니가 나한테 왜 그래” 영화 속 모든 가족이 서로에게 던지는 이 말에서 감독은 선명한 주제의식을 알기쉽게 담아냈다.
비추 !!!
☛다빈치 코드
감 독 : 론 하워드
주 연 : 톰 행크스, 오드리 도투, 폴 베타니, 이안 매켈런, 장 르노
개 봉 : 5월18일
등 급 : 15세 관람가
시 간 : 147분
영화 자체로는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 주연이 누구인가. 다름아닌 할리우드의 흥행 보증수표 톰 행크스다. 감독은 ‘뷰티불 마인드’'신데렐라 맨’의 거장 론 하워드. 댄 브라운의 원작 소설은 6000만부를 찍은 초대형 베스트 셀러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 소설을 먼저 읽은 사람은 굳이 영화를 볼 필요까지 없는 관계로 ‘비추’한다. 소설을 읽지않은 사람들은? 제작사 콜롬비아 픽처스가 갖가지 마케팅 비법을 총동원해 부풀려올린 기대감을 충족하기 쉽지않을 것이다.
‘다빈치 코드’는 개봉전부터 무수한 화제를 불러모았다. 전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 기독교와 천주교의 상영 반대 시위와 소송, 칸느 국제영화제의 첫 블록버스터 개막작, 오리엔탈 특급을 방불케하는 초호화판 ‘다빈치 코드 특급열차’ 등 막대한 물량 공세의 홍보전, 전세계 동시 개봉으로 일체의 시사회를 생략하는 신비주의 전략 등...영화 본편보다 개봉전의 이벤트가 더 화려했다.
‘다빈치 코드’가 태생적으로 갖게된 두가지 약점이 바로 원작 소설의 인기와 지나친 홍보전이다. ‘뉴욕 타임즈’도 일찌감치 ‘영화 ’다빈치 코드’의 가장 무서운 적은 소설을 읽은 6000만 독자들의 상상력이라고 흥행에 물음표를 찍었다.
아니나 다를까. 18일 개봉직후 주요 외신과 언론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기독교계의 반발을 의식해서 ‘반 기독교적 성향’을 줄이느라 원작을 조금씩 뜯어고쳤다. 다른 부분에서는 원작 내용을 그대로 쫓다보니 영화적 재미가 반감됐다.
얼마전 제인 오스틴의 명작을 영화로 만든 ‘오만과 편견’은 ‘원작만한 영화 없다’는 편견을 통쾌히 깨뜨린 작품으로 꼽힌다. 그런데 불과 몇주 지나지도 않아서 ‘다빈치 코드’가 영화계의 오랜 격언을 다시 일깨우고 잇는 셈이다.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