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SK 김재현이 LG의 줄무니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에 나타나면 어떨까? 경기장은 뒤집어질 것이다. 적어도 김재현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LG 팬들이라면 말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 기막힌 이벤트의 주인공은 독특한 언변과 행동으로‘우주인’으로 불리우는 니혼햄 외야수 신조 쓰요시(34).
신조는 지난 18일 친정팀 한신 타이거스와의 교류전을 위해 찾은 고시엔 구장에서 ‘향수에 젖은 퍼포먼스’를 벌였다. 당연히 고시엔 팬들은 열광했다.
90년부터 2000년까지 한신 타이거스에 몸담은 신조는 팀의 최고 스타였다. 신조가 한신 유니폼을 입고 있을때 한신은 꼴찌를 도맡아 했다. 2할대 타율에 그쳤지만 신조는 화려한 외모와 튀는 행동으로 간사이 지방 한신 팬들의 시름을 덜어주었다. 그래서 지금도 신조의 열성 팬들은 대부분 한신 팬들이다.
신조는 FA 자격을 취득하자 2001년 한신 팬들의 아쉬움 속에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최저 연봉이라는 헐값을 받고 희망을 좇아 태평양을 건넜다. 이후 뉴욕 메츠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거쳐 2004년 일본야구로 복귀했다.
그 사이 한신은 호시노 전 주니치 감독이 부임하며 강팀으로 변모했고 신조는 친정팀이 아니라 니혼햄에 둥지를 틀었다. 니혼햄은 연고지를 삿포로로 이동했고 야구붐을 일으킬 만한 스타 신조가 필요했다. 신조는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신조는 은퇴를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심정으로 고시엔을 찾았다. 고시엔 구장에서 현역 선수로는 이번이 마지막 경기. 마지막으로 친정팬들을 웃겨주기 위해 기발한 퍼포먼스를 비밀 리에 준비했다.
경기 전 한신 구단에 부탁해 유니폼을 얻었다. 구단은 2000년 신조가 입었던 유니폼을 건네주었다. "은퇴한다길래 기념으로 주었는데 설마 그 옷을 입고 나갈 줄은 몰랐다“는 게 한신 관계자의 말.
신조는 전통의 줄무늬 한신 유니폼에 배번 5번과 ‘SHINJYO’가 선명히 박힌 유니폼을 입고 니혼햄 덕아웃에 나타났다. 그리고 홈에서 센터까지 웃으며 뛰어나갔다. 고시엔의 카메라맨들은 난리가 났다. 친정팀 팬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으로 ‘한신 신조’의 환생을 반겨주었다.
sunny@osen.co.kr
니혼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