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특별기획 드라마 ‘주몽’(최완규 정형수 극본, 이주환 김근홍 연출)이 지난 15일 첫 방송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흥미있는 스토리와 출연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이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신화 속 인물을 인간 세상으로 불러들였다는 점이다.
1, 2회에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해모수는 신화 속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인물이었다. 하지만 ‘주몽’은 해모수를 멸망한 고조선의 유민을 한나라의 폭압으로부터 구하는 영웅으로 묘사했다. ‘천인’과 ‘영웅’은 개념적으로는 유사하지만 ‘비현실’과 ‘현실’이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해모수가 ‘천인’으로 묘사될 경우 이미 드라마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돼버린다. 반면 해모수가 과거의 인물들 중 출중한 능력을 가진 영웅이었다면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런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1, 2회에서 보여진 큰 스케일의 전투 장면과 결투 신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고, 해모수-유화-금와의 애정관계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
3회부터 등장하는 주몽도 역사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역사 속의 주몽은 7살 때 이미 신궁으로 이름을 날리고 12살에 고구려를 세운 것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드라마 ‘주몽’에서 보여지는 주몽은 비범한 인물이 아니다. 20살 청년으로 성장한 주몽은 철없는 왕자일 뿐이다. 정복전쟁 중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나온 신녀에게 수작을 걸고, 신녀와 밀애를 즐기다 나라의 중요한 행사인 영고제에 불참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주몽의 이런 모습은 영웅으로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주몽은 극이 진행될수록 성장을 하게 되고 결국 고구려를 건국하는 영웅이 된다. 이런 주몽의 모습은 역사의 ‘영웅=비범한 사람’이라는 공식을 타파하고 주몽을 인간적인 모습으로 묘사하려는 장치인 셈이다. 그리고 주몽의 인간적인 모습은 시청자들이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된다.
신화 속 인물을 인간적인 영웅으로 묘사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바로 고증에 관한 것이다. 사극은 역사의 인물을 그린 만큼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이유다. 하지만 역사가 가치중립적인 사실이 아니고 기술한 사람에 의해 포장된 것인 만큼 그 영웅의 모습이 역사와 다르다고 해서 그 존재에 대한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뛰어난 능력을 타고 난 영웅보다는 조금씩 성장해가는 영웅의 모습이 훨씬 더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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