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소방수 구대성(37)의 ‘애간장 세이브’는 일본에서 시작됐다.
동점 또는 역전 주자까지 내보내 간담을 서늘케 하면서도 시원한 삼진으로 경기를 매조지하고 있는 구대성. 세간에서는 ‘아슬아슬 세이브’, ‘애간장 세이브’라는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는 그의 세이브 사냥법은 분명 독특하다.
구대성의 애간장 세이브는 그의 습관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위기가 아니면 상대타자 또는 상황에 따라 느슨하게 던지는 편이다. 그러다 위기에 몰리면 전력 피칭으로 타자들을 삼진으로 솎아낸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아쉽다.
이런 습관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시계 바늘을 5년 전으로 돌려보자. 한화에서 오릭스로 이적한 구대성의 첫 보직은 소방수였다. 당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을 동메달로 이끈 구대성의 피칭에 매료된 오기 아키라 오릭스 감독은 직접 영입에 나서 블루웨이브 유니폼을 입혔다. 그리고 구대성을 팀 승리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임명했다.
구대성은 첫 해 7승 9패 10세이브(방어율 4.06)의 성적을 거둬 기대에 미흡했다. 후반기부터는 선발투수로 변경됐는데 이유가 바로 ‘애간장 세이브’였다. 소방수로 등판하면 볼넷과 안타를 내주고 급박한 위기에 몰리다 삼진으로 겨우 경기를 끝내는 장면을 자주 보여주었다. 요즈음의 세이브 장면과 아주 흡사했다. 어떤 경우에는 동점을 내주고 승리를 챙겼고 블론세이브도 나왔으니 오기 감독의 애간장이 녹아들었다.
결국 오기 감독은 구대성을 면담을 통해 8월부터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꿔주었다. 구대성은 선발투수로 나서면서 제 몫을 했다. 특히 풀타임 선발로 나선 이듬해는 방어율 2위(2.52)에 올랐다. 그러나 팀타선이 부실해 승리는 5승에 그쳤다.
아무튼 당시 구대성의 애간장 세이브로 예방주사(?)를 맞은 사람들은 2006년판 세이브 장면을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그때와 다른 것은 그래도 세이브 성공률이 100%에 가깝다는 점이다. 과연 지금은 고인이 된 오기 감독이 구대성의 아슬아슬하게 세이브를 따내는 모습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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