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부터 LG에는 하나의 '숙원'이 있었다. 플레이오프에 올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제대로 된 붙박이 마무리를 보유하고 풀시즌을 치러보자는 소박한 소망이다. 지난해 팀이 치고 올라서야 할 때 주저 앉은 것도 마무리 부재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비록 실패로 판명났지만 올 시즌 용병 중 한 명을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아이바로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바는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부상으로 애간장을 태우더니 결국 한 경기도 등판하지 않은 채 퇴출됐다.
LG 스카우트팀이 부랴부랴 영입한 대안이 버디 카라이어다. 지난해 LA 다저스에서 10경기에 구원 등판한 카라이어는 지난 2003년 위치타(캔자스시티 산하 더블A)에서 전업 중간계투로 뛴 바 있다. 당시 15경기에 등판한 그는 3승 2패 방어율 1.98을 기록하며 불펜투수로서 자질을 뽐냈다.
2001년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서 28경기(선발 26경기)에 등판해 아시아 야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LG가 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동양 야구를 접해봤다는 데 있다.
팀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카라이어는 지난 24일 잠실 SK전에 갑작스레 등판, 세이브를 따냈다. 취업비자 취득차 일본에 갔다 돌아온 날 곧바로 투입돼 경기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아직 한국무대 적응이 덜 돼 8회 2사 1루서 보크를 범했고 9회 2사 2루에선 김재현에게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내용은 만족할 만했다. 처음 140km대 초반을 찍은 직구 구속은 김재현을 상대할 때 147km까지 스피드가 올랐고 볼끝도 살아 꿈틀댔다.
1⅓이닝 동안 2안타를 허용했지만 SK 타자들은 공을 제대로 맞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뒤 이순철 감독은 "좀 더 지켜봐아겠지만 볼끝은 상당하다"며 나름대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카라이어 본인은 "아직 한국 마운드에 적응되지 않았는데 한국 타자들의 컨택트 능력이 상당한 것 같다. 이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카라이어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LG의 올 시즌 농사가 결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가 잠실의 새 '수호 천사'로 등극할 경우 LG는 시즌을 풀어나가기가 무척 수월해진다.
시즌 초 집단 마무리 체제에 따른 불펜진의 부담이 한결 덜해지는 데다 선발과 마무리를 잇는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다. 우규민 김민기 민경수에 조만간 복귀할 유택현 등을 7∼8회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게 돼 그만큼 불펜의 깊이가 깊어지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왈론드처럼 한껏 기대를 모았다가 결정적 '흠'이 발견돼 부진할 경우에는 대책이 없다. 시즌 중반 팀에 합류해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한 왈론드는 주자 견제 능력에서 심각한 핸디캡을 드러내며 무너져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카라이어도 첫 등판은 나름대로 인상적이었다. 이 감독의 말 대로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첫 경기 결과는 일단 고무적이다. 카라이어의 합류로 '묵은 소원'이 드디어 풀릴 수 있을지, LG 선수단과 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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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전격 등판, 세이브를 올린 카라이어(오른쪽)와 선발 요원 텔레마코가 경기 후 손을 맞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