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이 좀 해줘야 하는데 더 못하니 말 다했지요".
올 시즌 LG는 좋은 일이 생길만 하면 악재가 뒤따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순철 감독의 얼굴에서 피곤함과 안타까움이 사라질 새가 없다.
마무리 버디 카라이어의 합류로 활기를 띤 LG는 이번엔 선발요원 텔레마코 때문에 한숨이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전 이후 23일만인 25일 잠실 SK전에 선발등판한 텔레마코는 140km에도 못미치는 직구 스피드로 일관하다 3이닝 4실점한 뒤 강판됐다.
몸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도, 피로가 쌓인 것도 아니지만 이해할 수 없는 투구로 일관하다 경기를 망쳤다. 기존 투수들의 페이스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초'를 친 셈이어서 코칭스태프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LG측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하와이 전지훈련 때만 해도 입을 벌어지게 할만큼 좋은 구위를 선보였기 때문. 지금은 퇴출된 아이바와 함께 공끝이 살아있는 직구를 뻥뻥 꽂는 모습은 LG가 올 시즌을 '장밋빛'으로 전망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한국에 입국해서 모습은 영 딴판이었다. 마치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표변했다. 텔레마코는 첫 등판인 4월 11일 잠실 한화전과 3번째 등판인 22일 잠실 KIA전에서만 제 몫을 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선 5이닝을 채우지도 못한 채 교체됐다. 특히 21일 한화전에선 단 한 명의 타자도 잡지 못하고 난타당한 뒤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그의 '문제점'이 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의학적으로 공을 제대로 던지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결국은 한국무대 적응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텔레마코는 한국에서 사귄 미국인 친구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할 정도로 큰 문제 없이 한국생활을 즐기고 있다. 부진한 경기 끝에 강판되고도 덕아웃에서 콧노래를 부를 만큼 성격도 낙천적이다.
현재 LG 코칭스태프는 "현재 상태라면 선발투수로 계속 기용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보고를 받은 이순철 감독은 26일 잠실 현대전을 앞두고 텔레마코에게 다음 선발 등판 기회를 줄 지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구단 안팎에서는 "2∼3번 더 선발 기회를 준 뒤 답을 찾지 않겠느냐"고 바라보고 있다.
현재 LG측은 더 이상의 용병 교체 작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미국에 파견됐던 스카우트팀이 귀국한 데다 전반기도 마치기 전에 2명의 용병을 모조리 교체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마코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최소한 중간계투로의 보직 이동 및 2군 강등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텔레마코의 이해할 수 없는 부진에 대해 선수단 내 한 관계자는 "그 선수의 속마음을 누가 알겠느냐"고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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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