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2-3으로 뒤진 8회초 2사 만루. 대타 강병식은 상대 4번째 투수 카라이어의 투구에 온 신경을 모았다. 볼카운트 1-1에서 공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3구째 안쪽 높은 142km짜리 직구가 들어오자 주저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강한 마찰음을 울리며 까만 잠실의 밤하늘에 떠오른 백구는 우익수 뒤쪽 펜스 상단을 강타했다. 투아웃이라 일제히 홈으로 전력 질주했던 3명의 주자는 곧바로 뜀박질을 멈췄다. 1루심이 손을 흔들며 '홈런사인'을 냈기 때문이다.
역전 만루홈런. 몇 안되는 3루측 현대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분위기가 갑자기 뜨겁게 달궈졌다.
현대가 강병식의 시즌 첫 대타 만루홈런에 힘입어 4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현대는 26일 잠실 LG전에서 경기 후반 터진 천금같은 만루홈런을 앞세워 6-3 재역전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천금같은 한 방이었다. 지난 11일 청주 한화전부터 20일 수원 SK전까지 파죽의 9연승을 달린 현대는 주초 두산과의 수원 홈 3연전을 싹쓸이로 내주는 등 4연패 수렁에 빠진 터였다. 무서운 기세로 1위를 질주하던 기억도 잠시. 한화에 1위를 내주며 3위 삼성의 무서운 추격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짜릿한 역전극으로 현대는 3일만에 단독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시원한 만루홈런 한 방이 연패 탈출과 1위 탈환을 동시에 이룬 셈이다.
강병식의 홈런이 터지기 전만 해도 현대는 연패를 5경기로 늘릴 위기에 처했다. 2-1로 앞선 7회말 2번째 투수 신철인이 이병규에게 우월 역전 투런홈런을 허용한 것.
그러나 현대의 저력은 여전했다. 8회가 시작되자 현대 타자들은 갑자기 힘을 냈다. 선두 송지만과 이숭용의 연속안타와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 후속 정성훈은 8회에만 3번째 투수로 부랴부랴 등판한 LG의 새 마무리 카라이어로부터 고의사구를 얻어 걸어나갔다.
후속 김동수가 1루수 파울 플라이로 힘없이 죽으면서 기회가 날아가는 듯했지만 현대 벤치는 승부수를 걸었다. 서한규를 빼고 대타 전문 좌타자 강병식을 투입했다. 이 작전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강병식은 성급하게 달려든 카라이어를 두들겨 결승 그랜드슬램을 작렬하며 이날 경기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8월14일 수원 한화전 이후 286일만에 첫 선발 등판한 현대 선발 김수경은 5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재기의 청신호를 올렸다.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향후 꾸준한 호투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LG 선발 최원호 역시 7이닝 7피안타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지만 믿었던 마무리 카라이어가 일격을 당하는 바람에 역시 승패와는 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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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