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의 월화드라마 시청률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는 가운데 3사 간 방송 시간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최근 월화드라마를 물갈이 했다. MBC TV가 지난 15일부터 고구려 역사를 다룬 사극 ‘주몽’을 방송했고 KBS 2TV는 22일부터 ‘미스터 굿바이’를 선보였다. SBS TV는 23일 ‘연애시대’를 끝내고 29일부터 ‘101번째 프러포즈’를 시작한다.
미니시리즈 형태로 방송되는 월화드라마는 밤 10시를 전후해서 동시에 전파를 타는 특성상, 편성이 시청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상대 드라마보다 몇 분 일찍 시작하느냐, 몇 분 늦게 끝나느냐, 드라마 길이가 얼마이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쟁 방송사에서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는 시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일은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치명적인 요인이 된다. 리모콘 문화가 정착되고 채널이 다양해 짐에 따라 재핑(zapping)족이니, 재핑마케팅이니 하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재핑은 TV광고가 나오면 곧바로 채널을 돌려버리는 일을 말한다.
특히 방송 시간에 대해서는 서로가 매우 민감하다. 예를 들어 A 방송사의 드라마가 끝났을 때, B 방송사의 드라마가 10분 가량 더 방영을 하고 있다면 시청자들의 채널은 순식간에 B 방송사로 옮겨 간다. A 방송사가 광고를 내보내고 있으므로 B방송사는 무주공산을 홀로 차지하는 셈이다. 당장 시청률 수치가 높아질 수 있고 또한 10분의 보너스를 맛본 시청자들은 다음 회에서 B 채널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지상파 3사의 드라마 관계자들은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고 있다.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미니시리즈 방영시간을 70분 넘기지 않도록 한 것이다. 다만 예외는 있다. 새 드라마를 선보였을 경우 1, 2회 정도는 10분의 추가 시간을 허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70분 기준, 1,2회 10분 허용’ 협정은 경쟁이 과열되면 은근슬쩍 무시되기 일쑤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금씩 선을 넘게 되고 그것이 과할 경우 경쟁 방송사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최근에는 MBC가 도마 위에 올랐다. ‘주몽’이 신사협정을 슬금슬금 어기고 있다는 KBS SBS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2주간 월화드라마 방송시간(TNS미디어코리아 집계)을 비교해보면 4회까지 방송된 주몽은 단 한번도 70분 방송시간을 지킨 적이 없다. 15일 첫 회는 78분, 16일 2회는 82분을 방송했다. 1, 2회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22일 3회가 73분, 23일 4회는 76분 간 방송됐다.(표참조)
‘주몽’ 제작진도 상대 방송사의 눈총을 의식해서 4회 방송을 하루 앞둔 22일, “4회분 촬영분량이 많고 편집으로도 도무지 뺄 수 없는 10분 분량이 남아 연장 방송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몽’의 이날 방송은 경쟁작인 SBS ‘연애시대’의 마지막 회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 23일은 SBS에서 한국-세네갈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을 중계했던 날이라 ‘주몽’과 ‘연애시대’는 방송시간대가 맞서지도 않았는데 괜한 견제라는 핀잔을 들었다.
‘주몽’의 방송시간 늘리기는 연기자 입에서도 거론 됐다. 지난 16일 ‘미스터 굿바이’ 제작발표회장에서 안재욱은 “정상적인 방송 시간만 맞춰 주면 경쟁해 볼만하다는 생각인데, ‘주몽’은 11시 15분이 되도 끝나지 않더라”며 ‘페어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물론 방송 시간이 시청률에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시청률은 작품성에 의해 좌우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옳다. 다만 ‘시간 늘리기’ 편성과 같은 편법으로 목적을 이루려 한다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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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부터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펼칠 월화드라마들. 위에서부터 ‘주몽’ ‘미스터 굿바이’ ‘101번째 프러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