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용병 제도' 없으면 우승(?)
OSEN 기자
발행 2006.05.29 08: 04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에 든든한 우군(?)이 생긴 것 같다. 올 시즌 종료 후 '용병제도'를 두고 구단들과 한 차례 맞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정환 KIA 타이거즈 감독이 선수협 편을 드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정환 감독은 지난 28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환담 중 기대에 못미쳐 2군에 내려가 있는 외국인 타자 서브넥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차제에 외국인 선수제도를 없애자는 의견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서 감독은 이 자리에서 "우리 야구 수준이 많이 올라와서 이젠 어지간한 외국인선수는 버티지 못한다. 걔들 때문에 못 뛰지만 우리 2군에도 좋은 선수가 많다"며 외국인 선수 제도를 없애도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최근 프로야구 8개 구단 단장들은 비용과 효율성을 이유로 '내년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3명 선발에 2명 출전'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제도를 손질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선수단 사령탑인 서 감독이 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한 것이다. 구단 프런트와는 전혀 상반된 의견인 셈이다.
구단들은 '현재 2명 선발에 2명 출전'이 부진하거나 부상 선수가 나올 경우 대체선수를 뽑는 비용이 오히려 3명 선발보다 많이 든다는 이유를 내세워 내년에는 3명 선발에 2명 출장쪽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현체제 유지나 폐지를 원하는 선수협과는 한 판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사실 타구단은 외국인 타자들이 타선의 핵으로 활동하고 있는 반면 서브넥이 부진해 한숨이 나오고 있는 기아로선 외국인 제도가 영 마뜩치 않다. 게다가 기아 타이거즈는 '외국인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에는 막강 전력으로 한국시리즈 챔피언컵을 휩쓸었기에 더욱 그렇다.
1998년 외국인 선수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해태는 1997년까지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 명문구단으로서 명성을 날렸다. 2001년 기아 타이거즈로 재출범한 후에는 한 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했으니 예전 시절이 그리울 만도 하다. 그동안 리오스(현 두산) 외에는 뚜렷하게 재미를 본 외국인 선수도 드물었다.
그렇다고 현재 기아도 외국인 선수가 없으면 확실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만하다는 평을 듣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기아도 외국인 투수 그레이싱어가 호투하며 선발 로테이션의 핵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싱어가 빠지면 대체할 만한 눈에 확 띄는 국내파 선수도 없는 실정이다.
서정환 감독이 답답한 나머지 한 하소연일 가능성이 높지만 '용병제도'는 한국야구 발전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다. 초창기에는 미국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의 선수들이 주로 뛰는 제도였지만 이제는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대부분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어서 한국과 미국야구의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됐다. 여기에 올해는 일본야구 출신의 시오타니(SK)까지 가세해 한 수 위라는 일본야구도 본격적으로 접할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용병을 통한 간접 미국 및 일본야구를 경험한 덕이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대표팀이 '4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LG 트윈스에 입단한 해외파 출신의 봉중근은 "한국야구도 이제 미국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쌓은 미국야구 경험도 한국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터여서 '용병제도를 없애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 면도 흥행을 위해 필요한 요소였다. 덩치 큰 외국인 타자들의 홈런포를 안방에서 한국팬들이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보다 일찍 프로야구를 시작한 일본도 외국인 선수제도를 도입, 미국야구와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가는 등 '야구의 세계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이다.
아무튼 올 시즌 종료 후 '외국인 선수제도'를 놓고 구단측과 선수협간의 불꽃튀는 공방전이 예상된다. 이처럼 미묘한 시기에 터져나온 서정환 감독의 발언은 이래저래 야구판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sun@osen.co.kr
서정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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