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클레멘스, 예전만 못하던데"
OSEN 기자
발행 2006.06.01 19: 28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보니까 공이 별로더라고. 예전처럼 꽂아 넣는 맛이 없었어."
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둔 3루측 한화 덕아웃. 최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하고 야구계에 복귀한 로저 클레멘스(44)의 상태를 물어보자 김인식 한화 감독의 평가는 다소 유보적이었다.
요즘 메이저리그 최고의 화제인 클레멘스의 복귀는 단연 전세계 야구팬들의 관심사. 야구계가 인정하는 '메이저리그 마니아' 답게 김 감독은 클레멘스의 계약 조건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40대 중반의 나이를 감안하면 예전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올 시즌 어떤 성적을 나타낼지는 내가 알 수 없다"면서도 WBC에서의 기억을 되살렸다.
WBC 8강 2라운드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미국은 멕시코와 경기에 클레멘스를 내보냈다. 당시 미국은 반드시 멕시코를 이겨야 자력으로 준결승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클레멘스의 두 어깨에 운명이 달렸다.
그러나 클레멘스는 4⅓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하며 기대에 못미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미국도 사실상 탈락이 결정됐다. 그 경기는 멕시코의 명백한 홈런 타구를 미국 2루심 밥 데이빗슨이 2루타로 오심하는 등 의도적인 미국 밀어주기로 화제를 모은 경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빅리그 복귀 여부를 결심하지 못하던 클레멘스는 현역 마지막 등판일지도 모르는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돼 여론의 동정을 한 몸에 받았다. 전성기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구위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로켓은 마지막 등판에서 기립 박수를 받았다'는 식의 기사가 미국 언론을 도배했다.
당시 경기를 직접 관전한 김 감독은 클레멘스의 구위에 고개를 가로질렀다. "예전만 못하더라고. 타자를 압도하는 맛이 전혀 없었어"라면서 나이를 속일 수는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클레멘스는 한국 나이로 45세다. 한국에선 그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약한 투수는 전무했다. 40을 넘어서도 활동한 선수가 몇몇 존재했지만 클레멘스처럼 '넘버1 에이스'의 위상을 유지한 선수는 전무했다. 그런 점에서 클레멘스의 존재는 남다르다. 말 그대로 '나이를 잊은 투구'를 지난해까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WBC에서의 모습만 기억하면 불세출의 투수인 클레멘스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듯했다. 어렵게 친정팀에 복귀했지만 어쩌면 요즘 랜디 존슨(43.뉴욕 양키스)처럼 실망만 안겨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클레멘스는 WBC 멕시코전에서 투구한 뒤 3달 가량 개인훈련에만 전념해 왔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거액의 돈다발이 복구의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은퇴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김 감독은 "클레멘스가 복귀한 가장 큰 이유가 두둑한 연봉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국에서도 선수들 활동기간이 평균적으로 3∼4년 늘어났다"면서 "역시 연봉이 많아지니 선수들 스스로 자기 관리에 충실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활동 무대에 관계 없이 프로는 역시 '돈'이다.
workhors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