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너무 늦다. 올 시즌 프로야구 '홈런시계'가 좀처럼 나아갈 생각을 안한다.
시즌의 3분의1이 지난 1일 현재 홈런더비는 '8개'에서 멈춰서 있다. 지난 달 25일 SK 박재홍과 피커링이 LG전서 홈런포를 가동, 나란히 8개씩을 기록하며 선두에 오른 뒤 28일 한화 이도형이 롯데전서 홈런 2방을 날리며 8개로 선두그룹에 합류했지만 그 이후 홈런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박재홍과 피커링은 5게임째 감감무소식이다. 이도형은 3게임째 침묵. 박재홍은 8호 홈런을 기록할때만해도 페이스가 좋아 올 시즌 개인통산 4번째로 '30홈런-30도루 클럽'가입도 바라볼 정도였지만 최근 장타력이 뚝 떨어졌다. 43게임에 출장해 8개 홈런을 기록중이다.
선두 3인방에 이은 공동4위로 '2위 그룹'도 '7개'에서 긴침묵을 지키고 있다. 프로개인통산 최다타점 및 최다루타수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위풍당당' 양준혁(삼성)은 5월 10일 LG전서 7호포를 쏘아올린후 20일 이상 잠잠하다. 또 한화 데이비스와 기아 장성호도 5월 14일 각각 롯데, 삼성전서 7호를 기록한 이후 보름 이상 손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어느 선수가 치고 나가지 못한채 답답하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부분이 홈런더비인 것이다. 미국은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가 51게임서 25개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일본은 요코하마의 무라타 슈이치가 50게임서 17개로 1위를 마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한국야구는 페이스가 엄청 떨어진다.
누군가 치고 나가면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경쟁자들도 힘을 내지만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침묵을 지켜 자칫하면 근년들어 최소 홈런으로 '홈런킹'이 탄생할 가능성마저 생기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올 시즌 홈런왕은 30개를 넘기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95년 김상호(OB)가 25개로 홈런 1위를 차지한 이후 20개대 홈런왕은 지난 10년간 없었다. 지난 해에는 현대 외국인 타자 서튼이 35개로 1위를 차지했다.
홈런더비에 불꽃이 일어나지 않는 요인으로는 일단 거포 외국인 타자가 올 시즌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홈런왕인 서튼은 초반 부진으로 헤맸고 왕년의 해결사인 '검은 갈매기' 호세(롯데)도 예전만큼 장타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 '투고타저'로 투수들의 기량이 좋아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올 시즌 홈런페이스는 너무 더디다.
지리하게 '8'에서 멈춰있는 홈런시계를 누가 먼저 앞으로 끌고갈까. '야구의 꽃'인 홈런포가 줄어들면 팬들의 흥미도 반감된다. 그나마 벌써 올 시즌 6개인 만루홈런포가 많아진 것이 다행이다.
박재홍(위쪽)과 이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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