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편성에도 블루오션 있다
OSEN 기자
발행 2006.06.03 09: 57

블루오션, 차별화를 통해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경영 전략이다. 블루오션은 처음 개척이 어렵지, 일단 뿌리를 내리고 나면 그만큼 좋은 시장도 없다.
지상파 TV의 드라마 경쟁은 치열하다. 같은 요일, 비슷한 시간대에 자본과 노력이 집약된 야심작들을 쏟아낸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 시장에도 블루오션이 분명히 있고 또 그것을 노려 재미를 쏠쏠하게 보고 있는 방송사도 있다.
SBS TV의 금요드라마와 주말극장이 그것이다. 둘 다 경쟁사에서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는 틈새를 노렸고 그 전략이 적중했다. 이제는 타사의 편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
금요드라마는 편성 자체가 파격적이다. 금요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1, 2부가 한꺼번에 방송된다.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로 이어지는 드라마 편성의 틈새를 정확히 뚫었다.
이 시간대에 MBC TV에서는 ‘뉴스데스크’와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 와’가 방송되고 KBS 2TV에서는 ‘인간극장’과 ‘시트콤-사랑도 리필이 되나요’ ‘VJ특공대’가 방송된다. 2일 방송분의 시청률을 살펴보자. ‘VJ 특공대’가 17.8%, 금요드라마 ‘나도야 간다’ 2부(6회)가 14.5%, ‘나도야 간다’ 1부(5회)가 10.9%를 기록했다.
여기서 ‘나도야 간다’의 시청률 추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3, 4회가 방송된 5월 26일 시청률은 1부가 4.1%, 2부가 11.5%였다. 5월 19일 1, 2회 때는 9.5%, 13.4%였다. 가파른 상승곡선이다.
이 같은 추이는 그 동안 방송된 금요드라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새 드라마가 시작 되면 시청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가 점차 회복돼 막바지에는 20% 가까운 시청률로 드라마를 종료한다. 드라마 시청률의 이 같은 추이는 월화, 수목극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월화, 수목극의 경우 치열한 경쟁구도로 인해 초반 시청률이 끝까지 굳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금요드라마는 그 구조상 어떤 드라마를 들이밀어도 효과가 나타나는, 이른바 블루오션이 되어 있었다.
SBS 주말극장은 정도가 더 심하다. 밤 9시부터 10시 시간대에 방송되는 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는 MBC KBS의 간판 뉴스프로그램을 우습게 만들어 버렸다. 한때 9시 뉴스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편성한다는 것은 시청률을 포기하라는 뜻과 마찬가지로 해석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하늘이시여’의 대박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오죽하면 MBC 내부에서 뉴스를 8시대로 옮기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최근 시청자들은 알맹이도 없는 주말 뉴스를 위해 채널을 고정시켜 두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경쟁 편성을 할 수 있는 KBS 2TV에서는 상징성이 큰 ‘연예가 중계’(토)와 ‘개그콘서트’(일)가 잡혀 있어 드라마 투입이 쉽지 않다.
‘하늘이시여’는 30% 이상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며 주말 시청자를 흡수하고 있다. 경쟁 방송사로서 더욱 답답할 노릇은 ‘하늘이시여’가 무주공산을 제 맘대로 뛰어 다니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늘이시여’가 제풀에 지쳐 쓰러질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뉴스 시간대를 옮길 수는 없으니까.
물론 금요드라마나 주말극장이 처음부터 블루오션은 아니었다. 지금의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수십년 동안 이어온 시청자의 패턴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것이 쉬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렵사리 일궈놓은 결과는 무섭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고 있는 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는 온갖 부정적인 지적에도 꿈쩍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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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요드라마 ‘나도야 간다’(위)와 주말극장 ‘하늘이시여’.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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