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감독 사퇴' LG, 무엇이 문제인가
OSEN 기자
발행 2006.06.06 09: 13

이순철 감독이 결국 사퇴하면서 LG는 또 한 번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3년 연속 6위에 머문 성적 부진과 올 시즌 바닥을 기는 침체로 LG는 예전의 영화를 잃어버린 상태다.
여기에 일부 팬들의 '난동'에 가까운 감독 조롱 사태. 그리고 서울 라이벌 두산과의 주말 3연전 전패라는 최악의 결과가 이어지며 결국 감독 자진 사퇴라는 암울한 결과를 맞고 말았다. 한때 '명문 구단'이란 찬사 속에 거의 모든 야구선수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LG의 현실을 짚어본다.
▲'유망주의 무덤' LG
지난 1997년 이병규를 끝으로 LG는 8년간 신인왕 배출에 실패했다. MBC를 인수해 새롭게 출발한 1990년 김동수(현 현대)를 비롯해 유지현(1994년, 현 LG 코치)까지 90년대에만 3명의 신인왕을 배출한 화려한 전력은 옛일이 된 지 오래다.
2000년대 입단한 선수 중 올스타급으로 성장한 선수는 박용택을 제외하면 없다. '아마 최고'라는 평가 속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입단한 선수는 여럿 있었지만 프로에서 제대로 큰 선수는 몇 안된다. 큰 기대를 받고 발을 들여놓은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만년 기대주'로 전락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선수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능력에서 LG는 현대 두산 등 같은 수도권 구단에 비해 크게 뒤진다. 12년 전 데뷔한 김재현(SK) 유지현 서용빈을 아직까지 LG의 간판스타로 여기는 팬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용병의 무덤' LG
캘러웨이 서튼(이상 현대) 리오스 랜들(이상 두산) 데이비스(한화). 최근 몇 년간 좋은 성적을 나타낸 팀에는 특별한 외국인 선수가 존재했다.
'용병 영입 성공 여부에 따라 한 시즌 농사가 달라진다'는 말은 농구계의 격언만은 아니다. 삼성처럼 팀 내 자원이 넘쳐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어떤 외국인 선수를 뽑느냐에 따라 야구단의 시즌 성적도 좌우된다. 그러나 LG는 이 점에서 최근 몇 년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마테오와 클리어라는 지명도 있는 선수를 선발했지만 둘 모두 지금은 LG를 떠나 있다. 시즌 중반 영입한 왈론드 역시 마찬가지. 올해 영입한 아이바는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채 퇴출되는 신세가 됐다. 빅리거의 명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텔레마코는 팀 내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기대를 모은 용병이 LG 유니폼만 입으면 추락하는 패턴은 어느덧 자연스런 현상이 됐다. 스카우팅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팀 따로 나 따로' 투지도 근성도 없는 선수들
"XXX만 있으면 충분해요. 걔가 경기에 나서면 우리는 무조건 이겨요." 지난해 모 구단 코치는 몇몇 LG 선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놓고 조롱했다. 이기려는 의지도, 해보려는 투쟁심도 결여된 채 9회까지 그라운드만 지키면 된다는 일부 선수들의 무사안일주의는 이제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선수단 전체가 잘못된 스타 의식에 젖어있다 보니 코칭스태프가 통제하기도, 선수단이 가진 모든 것을 끄집어내는 데도 한계에 직면했다. 최근 LG의 한 코치는 "무조건 잘해주고 스타로 떠받들어주니 정신들을 못차린다. 경기장만 벗어나면 자신들을 에워싸는 팬은 오죽 많은가. 명문 구단 소리는 들을지 몰라도 정작 야구기량은 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투지 실종은 어느덧 전염병처럼 선수단 내에 퍼져 있다. 심지어 이 전 감독이 경기에서 퇴장당한 지난 3일에도 몇몇 선수는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야구장을 벗어나자마자 '딴일'에 정신을 팔았다. "감독이 퇴장 당했는데 해보려는 의지도 투지도 없다"고 김영수 사장은 노기를 감추지 않았다.
▲툭하면 '감독 탓', 권력화된 팬들
이순철 전 감독은 부임기간 성적 부진 외에도 끝없는 팬들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됐다. 내세울 만한 성적을 못냈으니 싫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게 프로 감독의 처지다. 그러나 이 감독은 도를 벗어난 끊임없는 인신 공격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일부 팬들은 그를 '특정 구단의 앞잡이'로 폄하하며 온라인을 도배했다. 선수가 부상을 당해도, 경기에서 부진해도, 라이벌팀이 승승장구해도 '감독 탓'으로만 일관했다. 급기야는 감독의 이름을 비튼 정체 불명의 언어를 유포하며 인격 모독까지 시도했다.
"인간 이순철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LG 트윈스 감독이란 자리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이 전 감독은 사석에서 '존경받지 못하는' 설움을 수 차례 토로해왔다. 결국 부진한 팀 성적에 따른 심적 부담과 일부 팬들의 상식 밖 행동에 그는 시즌 중 사퇴라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
LG 지휘봉을 잡은 마지막 경기인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이 전 감독은 "덕아웃에 있을 때 (플래카드 시위를) 해야지. 없을 때 하면 뭐하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뒤 그는 사의를 표명하고 LG 유니폼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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