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 선배로부터 배운 새로운 체인지업이 주효했습니다"(지난 2일 수원 현대전서 한화 신인 좌완 특급 유현진이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둔 후 소감).
"김용달 코치님의 조언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지난 8일 잠실 삼성전서 홈런포함 3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LG 이종렬이 팀 승리를 이끈 후 소감).
현대 김용달(50) 타격코치와 김시진(48) 투수코치가 다른 팀 선수들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이고 있다. 현대 소속팀 타자나 투수들로부터 지도에 따른 감사인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적인 다른팀 선수들로부터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있으니 민망할 노릇이다.
유현진 코멘트는 사실 김시진 코치에 대한 감사 인사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유현진에게 체인지업을 전수해 준 구대성은 지난 겨울 김시진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고 이 구종을 익혔기 때문이다. 김시진 코치는 구대성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에 대비해 현대 플로리다 전훈캠프에서 합동훈련을 가질 때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이라는 구종을 가르쳐줬다.
김 코치는 한양대 후배로 현대 투수들과 잘어울리며 훈련에 모범을 보인 구대성에게 스트레이트 체인지업을 한 번 던져보라고 권하며 그립 등을 상세히 설명해줬다. 변화구를 다루는 손재주가 뛰어난 구대성은 곧바로 훈련에 돌입했고 몇 번의 불펜피칭을 갖자 컨트롤에 자신감을 보이며 뿌듯해 했다. 당시 주위에서 "대성이가 한화로 복귀하는 데 괜스레 적을 키워 준 것 아니냐"는 농담의 말이 나오자 김 코치는 "후배에게 그 정도는 선물할 수 있다"며 웃어 넘겼다.
그렇게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구대성은 6년만에 복귀한 국내 무대에서 이 볼을 긴요하게 구사하며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구대성은 한 발 더 나아가 앞날이 창창한 대형 신인인 유현진에게도 이 구종을 가르쳐주며 '원조 구단'인 현대를 비롯해 상대 팀들을 요리하는 무기로 활용토록 전수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종렬 소감도 김용달 코치를 뿌듯하게 하면서도 소속팀에게는 미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종렬은 올 시즌 초반 타격 밸런스에는 문제가 없었는데도 타율 1할대로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말 잠실 현대전을 앞두고 김용달 타격 코치를 조용히 찾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타격에 대해 설명을 하고 김코치의 조언을 받았다.
김 코치가 어떤 내용을 조언했는지는 양쪽이 밝히지 않아 알 수 없으나 이종렬은 그날 이후로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2경기서 5타수 3안타를 치며 방망이감을 찾았다. 김 코치의 조언을 받은 5월 26일 현대전부터 8일 삼성전까지 23타수 9안타(타율 0.391) 2홈런 7타점으로 맹활약하며 1할대 타율을 2할3룬까지 끌어올렸다. 이 정도면 이종렬이 공개적으로 김 코치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이종렬이 밝혔듯 "김 코치님과는 신뢰관계가 있어 한 마디 조언도 잘 맞는 것 같다"는 말처럼 김 코치가 LG 타격코치로 있을 때 우타자이던 이종렬을 스위치히터로 변신시키는 등 돈독한 사제관계였던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했지만 현대가 자랑하는 최고의 타격코치와 투수코치인 이들은 타 구단에 인연있는 후배 내지 제자들로부터도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명품 코치'다. 현대에서 함께 했다가 타 구단으로 옮긴 선수들 중 많은 이가 수원구장을 찾았을 때는 현대 라커를 이용하고 코치들을 찾아 깎듯이 인사하고 간다.
소속팀 선수가 아닌 타 구단 선수의 감사 인사를 받고 있는 두 코치는 한편으로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함을 느낄 만하다. 김용달 코치가 꾸준히 타자들을 스타로 키워내고 있고 김시진 코치가 현대를 '투수왕국'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그들만의 노하우'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진가가 소속팀 현대 선수는 물론 타구단 선수들로 인해 더욱 빛이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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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김시진 투수코치(왼쪽)와 김용달 타격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