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진짜 좋아해’, 기획의도가 무색한 드라마
OSEN 기자
발행 2006.06.11 08: 25

모든 방송프로그램에는 기획의도라는 게 있다. 기획의도는 앞으로 프로그램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로드맵이다. 하지만 때때로 일부 프로그램들은 처음에 내세웠던 기획의도와 엇나가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크게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비록 기획의도와는 어긋나지만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고 비판과 함께 시청률도 저조한 경우가 있다. MBC 주말연속극 ‘진짜 진짜 좋아해’는 후자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진짜 진짜 좋아해’는 멜로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는 드라마 제목과 달리 그동안 잘 그려지지 않았던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강원도 산골아가씨인 여봉순이 청와대 보조요리사를 거쳐 관저 요리사가 된다는 스토리라인은 인기드라마 ‘대장금’과 비슷해 관심을 끌었다. 여느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사랑이야기보다는 청와대를 직장으로 한 사람들의 삶과 고뇌를 그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중반을 넘어선 ‘진짜 진짜 좋아해’를 보고 있자면 기획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청와대라는 배경은 그대로지만 관저 요리사가 되는 봉순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고, 청와대가 직장이기 때문에 겪는 에피소드도 드물다. 그저 봉순을 사이에 둔 준원과 봉기의 갈등이 강조되는, 미니시리즈에서 자주 등장하는 삼각관계가 주된 스토리일 뿐이다. 특히 36부작으로 기획된 ‘진짜 진짜 좋아해’가 중반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런 모습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동안 ‘진짜 진짜 좋아해’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주인공 봉순이 청와대에 들어와 보조요리사가 됐고, 대통령의 아들인 준원과 청와대 경호원 봉기 사이에서 미묘한 관계가 형성됐다는 정도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봉순이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대통령(봉순은 대통령이 자신이 아버지인 줄 알았다)을 만났다는 것뿐이다.
이런 과정 속에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은 아주 소소해 졌고 직장이 청와대라서 겪게되는 당혹스러운 사건들이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공감을 살 만한 에피소드는 없다. 굳이 청와대라는 직장이 아니고 청와대 대신 오히려 대기업을 배경으로 했다면 좀더 등장인물들의 갈등에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진짜 진짜 좋아해’에서 보여지는 준원-봉순-봉기의 삼각관계는 충분한 흥밋거리다. 하지만 그 흥미가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 돼서는 안된다. 그들이 사랑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나 ‘진짜 진짜 좋아해’가 보여줘야 할 것은 남녀의 애정관계가 아닌 청와대를 직장으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속에 주인공 여봉순이 놓여있어야 하고 여봉순이 관저 요리사가 되는 과정도 청와대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스토리의 주를 이뤄야 한다. 그것이 당초 내세웠던 기획의도를 살리는 길이다.
‘진짜 진짜 좋아해’가 기획의도를 살리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동시간대 경쟁드라마인 KBS 2TV ‘소문난 칠공주’가 더 재미있기 때문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진짜 진짜 좋아해’의 시청률을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꾸준히 10% 초, 중반대를 오고가고 있지만 20%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진짜 진짜 좋아해’가 당초 기획의도 대신 주인공 봉순과의 애정관계를 주된 흐름으로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면 ‘시청률 때문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정말 시청률 때문에 봉순을 중심에 둔 러브라인에 주력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지금이라도 기획의도를 살려 낼 것인지, 준원-봉순-봉기의 본격적인 애정관계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할 것인지를 말이다.
중반은 넘어선 ‘진짜 진짜 좋아해’가 과연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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