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에 뿌리 닿아 있는 ‘하늘이시여’
OSEN 기자
발행 2006.06.11 09: 48

1970, 80년대 우리나라 대표적인 TV 시리즈 중에 ‘전설의 고향’이 있었다. 방방곡곡 풀 한 포기, 바위 한 덩이, 나무 한 그루, 인물 하나하나에 얽힌 전설들을 극화해 오랜 세월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리즈이다.
최근 시청률 30%의 고공행진을 펼치며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SBS TV 주말극장 ‘하늘이시여’가 ‘전설의 고향’의 흥행 요소에 뿌리가 닿아 있다.
얽히고 설킨 스토리텔링
‘전설의 고향’과 ‘하늘이시여’는 공통적으로 드라마를 끌어가는 힘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스토리에서 찾고 있다. 사람들은 배우의 세밀한 연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겪고 있는 기막힌 사연에 동화된다.
사연 복잡하기로 치면 ‘하늘이시여’가 한 수 위다. 미혼모가 딸 아이를 낳았으나 키울 능력이 못돼 남에게 맡겨 버린다. 안타까운 사연의 여인은 이후 남편을 만나 결혼하지만 이 남편은 전처에게서 얻은 아들이 있다.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이 여인은 한국에 귀국해 고아처럼 자란 딸을 찾아 남편 전처 소생의 아들과 결혼을 시킨다. 그런데 딸 아이의 친아버지가 나타나 기구한 여인과 재혼을 요구한다. 이 모든 사실을 간파한 딸 아이의 계모는 ‘폭로’로 위협하며 재산을 갈취한다.
복잡한 스토리 위주의 이런 작품은 배우 개개인의 미묘한 심리변화가 필요 없기 때문에 어떤 배우가 그것을 연기하느냐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다만 스토리 속의 캐릭터에 어울리는 이미지만 갖고 있으면 된다. 타고난 얼굴 생김새 그대로 그 사람의 캐릭터가 정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자경’(윤정희 분)은 천사처럼 착하기만 하면 되고 ‘배득’(박해미 분)은 더욱 가증스러워지기만 하면 된다.
선악의 대결과 권선징악
착하게 산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쁘게 산 사람은 벌을 받는다. ‘전설의 고향’을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인기 시리즈의 반열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원천이다. 시리즈를 보는 사람들은 매회 엄청난 감정의 기복을 겪는다. 극 초반에는 주인공이 처한 사연에 분노하고 슬퍼하다가 마지막에 모든 원한이 풀리면서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선악의 구도가 칼로 잘라 놓은 듯 뚜렷하고 권선징악으로 끝을 맺는다.
‘하늘이시여’도 뚜렷한 선악구도를 가지고 있다. ‘자경’을 중심으로 한 착한 사람들과 ‘배득’을 중심으로 한 악의 무리들이 싸움을 해 나간다. 물론 처음에는 악의 무리들이 연전연승 하지만 어느 순간 위치가 뒤집히고 악의 무리는 처절한 응징을 받는다.
최근 ‘하늘이시여’는 이미 응징이 시작됐다. ‘자경’의 비밀을 처음으로 발설한 가정부는 풍을 맞아 입이 돌아가 버렸고 이 비밀을 계모에게 전달한 ‘소피아’는 개그프로그램을 보며 너무 웃다가 혈관이 터져 죽었다. ‘전설의 고향’ 식으로 말하면 천벌을 받은 셈이 됐다. ‘하늘’같은 자경의 비밀을 발설한 죄로 ‘하늘’의 응징을 받았다. ‘전설의 고향’처럼.
꿈을 통한 복선
사실 말이 안 되는 사연들을 꿰어 가다 보니 많은 암시나 복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타당한 복선을 만들 방법이 없다. 결국 의지할 데가 꿈이다. 꿈 속에서는 이뤄지지 못할 일이 없다. 그 꿈은 또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현실처럼 느껴 질 수도 있다.
‘하늘이시여’에서도 여러 차례 꿈이 등장했다. ‘홍파’의 아내 ‘은지’의 난데없는 죽음을 예고한 것도 ‘전설의 고향’에 나올 법한 꿈이었고 최근에는 자경의 꿈 속에 죽은 ‘은지’가 등장해 불행을 암시하는 듯한 ‘붉은 꽃잎’을 주고 갔다.
자극적인 배경음악과 과다한 클로즈업
‘전설의 고향’을 보고 있노라면 귀신 또는 요물이 등장하는 시점을 웬만큼 알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배경음악이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신이 등장하는 순간,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음악과 함께 귀신의 형상이나 놀라는 사람의 공포에 질린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 된다.
과다한 클로즈업은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이글거리는 눈동자, 실룩거리는 볼살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동화를 억지로 강요한다. 여기에 불안한 배경음악까지. 클로즈업의 최면에 걸린 시청자들의 감성은 철저하게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전설의 고향’은 “에이,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어”라고 하면서 즐겨 봤다. ‘하늘이시여’는 “저런 이야기가 도대체 말이 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본다. ‘하늘이시여’는 요사이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중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전설의 고향’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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