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우완 에이스의 대결은 시종 긴장감이 넘쳤다. 그러나 경기의 영웅은 따로 있었다. '언제나 청춘'인 두산 최고참 안경현(36)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두산이 롯데를 잡고 파죽의 6연승 행진을 이었다. 최근 3일 연속 우천으로 경기를 하지 못한 두산은 11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2-3으로 뒤진 9회말 안경현의 끝내기 투런홈런에 힘입어 4-3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지난 2일 잠실 LG전 이후 한 번도 지지 않으며 마침내 5할 승률(23승 2무 23패) 고지를 밟는 데 성공했다.
승부를 알 수 없던 경기는 9회에 '역사'가 바뀌었다. 먼저 웃은 쪽은 롯데였다. 9회초 1사 뒤 박현승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분위기가 살았다. 후속 박정준이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대주자 정수근이 2루를 훔치면서 2사 2루.
앞선 3차례의 타석에서 박명환에게 내리 막혔던 호세는 4번째 기회에서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로 정수근을 불러들였다. 3-2 역전.
그러나 두산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선두 강동우가 좌전안타를 때려내면서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안경현에게 이었다. 롯데 벤치는 부랴부랴 손민한을 내리고 마무리 나승현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안경현은 나승현의 초구를 잡아당겨 좌측 펜스 상단을 때리는 대형 파울홈런을 날리면서 나승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2구째 몸쪽 높은 슬라이더가 날아오자 또 다시 풀스윙했고 방망이에 강타당한 타구는 좌측 담장을 살짝 넘으며 결승 투런포로 연결된 것. 안경현 특유의 노림수가 적중한 결승홈런이었다.
결국 두산은 패색이 짙은 경기를 막판에 뒤집으며 연승무드를 또 다시 이어갈 수 있었다.
이날 경기는 안경현의 결승홈런이 있기까지 치열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박명환은 9이닝 3피안타 7탈삼진 3실점하면서 지난 1998년 9월13일 잠실 LG 원정경기 이후 8년만에 완투의 기쁨을 누렸다. 시즌 6승(3패)째이자 최근 5연승 행진.
손민한은 8회까지 7피안타 2실점으로 최근 부진을 씻는 쾌투를 선보였지만 믿었던 마무리 나승현이 결승홈런을 허용하면서 승리 일보직전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한편 김경문 감독은 "계속된 우천취소로 연승무드가 깨질까 걱정됐는데 선수들 잘해줬다. 찬스 때 병살이 몇번 나온 점은 타자들이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며 "박명환이 끝까지 잘해준 덕에 기분 좋은 승리를 챙겼다"고 말했다.
강병철 감독은 "선수들이 다 열심히 잘해줬는데 결승홈런 한 방에 승패가 결정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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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현이 재역전 끝내기 홈런을 날린 뒤 후배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잠실=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